문재인 대통령이 안 목사의 글 SNS 공유해 화제
"특정 목회자나 교회 중심적 신앙을 극복해야"
"첫째는 사소한 것도 살피는 대통령의 세심한 성품에 놀랐고, 둘째로 무명 목사의 소박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세상의 관심에 당황을 감추지 못 하면서도 안중덕(57) 샘터교회 목사는 25일 수화기 너머로 조심스레 운을 뗐다. 부산 남구에서 작은 교회를 이끄는 안 목사는 무명 목사라 자신을 낮췄지만,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묵상을 정리한 글을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그 이름은 대중의 뇌리에 선명하게 남았다.
'코로나 시대가 전해주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이 글은 "마스크를 착용하란 것은 '잠잠하라'는 뜻", "손을 자주 씻으란 것은 '마음을 깨끗이 하라'는 뜻", "사람과 거리두기를 하란 것은 '자연을 가까이 하라'는 뜻" 등 핵심 방역 수칙을 신앙적 통찰이 담긴 문장으로 풀어냈다.
특히 일부 교회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따른 조치에 반발하는데 반해 "대면 예배 금지는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을 바라보라'는 뜻", "집합 금지는 '모여서 선동하거나 힘자랑 말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라'는 뜻"이라며 협조하자고 제안했다.
글을 쓴 이유를 묻자 안 목사는 "교회발 집단감염으로 기독교계가 지탄받는 상황이 안타깝고 속상했다"며 "저조차 마음이 착잡해 설교 준비가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교인들도 혼란스럽겠단 생각이 들어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로 평소 생각하던 것을 써내려갔고 지난 주일 연단에 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목사는 최근 상황을 두고 "교회가 공정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야 하는데, 지금은 사회가 교회를 걱정하고 있어 목회자로서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규모가 커지고 성장할 수록 작아져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힘이 들어가 교회를 등에 업고 권력을 욕심내는 이들이 탄생했다"면서도 "어쩌면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교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기총)는 22일 부산시가 대면 예배와 소모임 등을 금지하는 집합제한 명령을 내리자 "종교·집회 탄압"이라며 현장 예배 강행을 결정했다. 이튿날 시의 점검 결과 부산 지역 교회 1,765곳 중 279곳이 지침을 어기고 현장 예배를 했다.
이와 달리 안 목사는 즉시 2주 동안 비대면 예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신도들에게 알렸다. 샘터교회는 SNS로 소통하며 온라인 예배를 올리고 헌금은 계좌이체로 대체하고 있다. 소모임은 코로나19가 처음 확산한 올 봄부터 금지해 지금까지 이어가는 중이다.
안 목사는 목회자나 교회에 의존하지 않고 각자 일상에서 믿음을 실현해나가는 '생활 신앙'을 강조해왔기에 신도들이 이렇듯 바뀐 환경을 비교적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대하는 그의 철학은 한 마디로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이다.
그는 현 시점에서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는 기독교계를 향해서 김민기의 노래 '작은 연못'을 들어 "고난과 시련이 닥칠 때 분열하면 같이 망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노래는 연못의 붕어 두 마리가 싸워 한 마리가 죽자 물이 썩어 남은 한 마리도 살 수 없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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