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한반도 강타한 '링링'과 닮은 꼴?
가로수 뿌리째 뽑히고, 담벼락 힘없이 무너져?
기상청 "최대 초속 40~60m 강풍 예고"

지난해 9월 태풍 '링링'이 몰고 온 강풍으로 서울 도봉구 한 교회의 첨탑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한반도를 향해 접근 중인 제8호 태풍 '바비'는 지난해 '링링'과 닮은 전형적인 '바람 태풍'이다. 링링이 한반도에 뿌린 강수량은 다른 태풍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가로수가 뿌리째 뽑혀 나뒹굴 정도의 바람이 불면서 전국에 강풍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바비의 최대 순간 풍속을 초속 40~60m로 예상했는데, 이 역시 커다란 돌이 날아갈 수 있는 정도의 바람 세기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25일 태풍 바비가 "제주도 서귀포 남남서쪽 약 460㎞에서 북상하고 있다"며 "현재 태풍 반경이 400㎞가 넘어 동쪽 지방까지 영향권에 속할 정도로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예측 경로대로라면 태풍은 남한에 상륙하지 않고 서해상을 지나갈 뿐이지만 우리나라는 바람이 많이 부는 '태풍의 우측 반원'에 드는데다, 강풍 반경이 커 전국이 태풍의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태풍 바비는 베트남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산맥의 이름에서 따왔다.

제8호 태풍 '바비'의 예상 이동 경로. 연합뉴스
기상청 예측에 따르면 태풍 바비가 몰고 올 바람은 지난해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링링과 유사하거나 이를 상회할 수 있다. 링링은 당시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54.4m에 달했다. 바람에 무너진 담벼락에 깔리고, 바람에 뜯긴 지붕 패널에 맞는 등의 사고로 3명이 숨졌다. 태풍이 지나가는 동안 16만여가구가 정전됐다. 링링의 영향권에 들었던 일본에서는 자동차가 강풍에 힘 없이 날아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링링은 1959년부터 우리나라를 거쳐간 태풍 중 다섯번째로 강한 바람을 기록했다. 역대 가장 거센 바람을 일으켰던 태풍 1위는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60.0m였던 매미(2003년), 2위는 초속 58.3m의 프라피룬(2000년), 3위는 초속 56.7m의 루사(2002년)다.

태풍 '링링'이 강타한 지난해 9월,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주차장 인근 담벼락이 강풍에 무너진 모습. 당시 주변에 있던 시내버스 운전기사 1명이 무너진 담벼락에 깔려 숨졌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태풍 바비가 우리나라에 가장 강한 영향을 미치는 26, 27일 제주도와 전라도 서해안을 중심으로 최대 초속 40~60m의 강풍이 불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태풍의 강도는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10분 평균)에 따라 단계별로 구분한다. 비교적 강도가 약한 초속 17~25m의 바람에는 간판이 날아가고, 이보다 센 초속 25~33m의 바람은 지붕이 날아갈 정도의 위력을 지닌다. 초속 33~44m의 강한 바람에는 기차가 탈선할 수 있다. 초속 44~54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경우 사람과 커다란 돌이 날아갈 수 있다.
기상청은 "태풍 바비로 특히 제주도, 남해안, 서해도서와 서쪽 지방은 막대한 강풍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설물 점검과 안전사고 대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철탑, 공사장, 가로수, 건물 부대시설 외에도 양식장, 대교, 전기 시설, 코로나19 선별진료소, 비닐하우스, 가건물, 높은 건물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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