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 검토
강남역ㆍ대학가 일대 상점가 초토화
각종 모임 취소에 인간 관계 폭 좁아져
"진짜 말 그대로 '텅텅' 비었어요. '텅텅'."
25일 오후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옷가게 사장 김혜진(35)씨는 "강남역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이렇게 없는 건 처음"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 학생과 직장인,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던 강남역 10, 11번 출구 일대는 오가는 사람이 없어 일대 상점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직원들은 간혹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호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서울 도심은 사실상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 공포에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데다, 대면 접촉을 줄이는 방향으로 생활 방식이 180도 바뀌고 있는 탓이다. 상당수 회사가 재택근무로 다시 돌아서면서 출퇴근 대중교통 또한 눈에 띄게 한산해 졌다.
25일 낮 12시 강남역 일대. 평소라면 점심 시간을 맞아 거리로 나온 직장인들로 붐벼야 했지만 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한 지 6년째라는 김모(44)씨는 "재택 근무가 늘어난 데다 휴가 시즌까지 겹쳐서인지 평일에는 30%, 주말은 절반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대 카페 5곳은 손님보다 빈 자리가 더 많았다. 일대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2주 전만 해도 100석 가까운 매장이 항상 만석이었지만, 이날은 손님이 10명 안팎이었다.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문수현(22)씨는 "손님은 줄었지만 QR코드 확인하랴, 손잡이 닦으랴 업무는 오히려 늘었다"고 말했다.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도 인적이 뜸한 건 마찬가지였다. 같은 시간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한 SPA브랜드와 서점 등 대형 매장에서는 손님이 없어 휑한 느낌마저 들었다. 한 의류매장 관계자는 "특히 평일 저녁과 주말 손님이 80% 넘게 줄었다"며 "방학 기간이라 사람이 많아야 할 시기인데 오히려 정반대가 됐다"고 토로했다. 인적이 끊긴 지하통로 광고판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배달업체 광고가 도배돼 있었다.
회식이나 약속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면서 저녁 시간대 번화가 공동화 현상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혜화역 일대의 한 인기 '맛집'은 평소 웨이팅이 기본 1시간 가까이 됐지만, 24일에는 대기 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일부 음식점은 2층을 폐쇄하고 1층만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송파구의 한 음식점 사장은 "손님이 10분의 1 토막 났다"며 "영업을 하자니 인건비가 나가고, 문을 닫자니 월세가 걱정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다중이용시설도 텅텅 비어가고 있다. 24일 성신여대 인근의 한 영화관의 경우 전체 좌석 200개 가운데 100석만 운영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한창이었지만 상영시간당 손님은 10명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관람객 한 명이 영화관을 통째로 '전세'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박수련(53)씨는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왔는데 이 정도로 사람이 없을 줄은 몰랐다"며 "괜히 영화관 온 게 문제로 비춰질 것 같아 걱정이 될 정도"라고 전했다. 지역 테니스, 배드민턴 등 스포츠 소모임들도 관련 시설에 대한 이용 제한이 이어지면서 속속 취소되고 있다.
주말 각종 모임이나 행사들은 줄줄이 연기 혹은 취소되고 있다. 서울대 총동창회는 지난 21일 8, 9월 예정된 등산 및 골프 대회 등 공식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결혼식도 49인 이하 형태로 진행되면서, 예비 신랑ㆍ신부가 카카오톡 단톡방을 돌며 "참석을 자제해달라"는 공지를 남기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주말 식을 치렀다는 직장인 이모(30)씨는 "대학 동창들에게 마음만 받겠다며 결혼식에 안와도 된다고 전할 때 안타까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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