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대 KF마스크 10분에 35만장 판매
분·초 단위 마케팅으로 할인 이미지 변화?
상품별 잘 팔리는 시간대 공략??
“너무 노골적” 시각도…”고객 만족이 중요”
지난 18일 온라인 쇼핑몰인 티몬에선 오전 10시부터 10분만에 KF94와 KF80 방역마스크 주문이 6,900건 몰렸다. 장당 538원의 ‘착한 가격’에 단 10분 동안 수천명이 한꺼번에 지갑을 열었다. 이날 10분간 팔린 KF마스크는 총 35만장, 매출은 1억9,000만원에 달했다.
이 ‘대박’ 거래가 이뤄진 곳은 티몬의 ‘10분어택’ 매장이다. 여기선 매일 다른 상품들을 파격적인 값에 단 10분간만 선보인다.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유일하게 분 단위 판매가 진행되는 10분어택은 티몬이 내세우는 ‘타임커머스’를 대표한다. 25일 티몬에 따르면 타임커머스를 본격 시작한 2018년 12월 대비 올 5월 판매량은 217% 상승했고, 매출은 187% 증가했다.
타임커머스는 정해진 시간에만 큰 폭의 할인 상품을 내놓는 마케팅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35% 할인돼 나온 ‘에어팟 2세대’는 100초만에 100개가 매진됐다. 작년 7월엔 100원짜리 자두가 10분간 10만500개 팔리면서 한국기록원이 온라인 쇼핑사상 ‘최단 시간 최다 판매’로 인증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 동안 파격 할인과 대량 판매, 흥행까지 가능한 타임커머스의 경쟁력은 기존 유통업계의 관행 탈피에서 비롯됐다. 종전 할인행사는 대체로 일주일, 한 달처럼 일·주·월 단위로 진행됐다. 할인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들은 업체가 재고 소진을 위해 ‘땡처리’한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할인 기간을 1시간, 10분, 100초처럼 확 줄이면 소비자에겐 할인행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가 되고, 판매업체는 상품 가치 훼손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판매자는 쇼핑몰 화면 중 눈에 띄는 위치에 상품이 배치되길 원한다. 하지만 ‘명당’에 상품을 노출하려면 수천~수억원대 광고료를 내야 할 때가 많다. 티몬은 타임커머스 참여 업체에게 광고료보다 적은 참여비를 받고 좋은 자리를 내준다. 판매자로선 소모성 목돈을 지출하는 대신 이윤을 줄여 상품 값을 더 내리고 한번에 많이 팔아 전체 이익을 키울 수 있다. 티몬에 따르면 올 1분기 타임커머스 참여 업체 상위 100개의 평균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가량 올랐다. 밀키트 기업 ‘마이셰프’는 타임커머스에 참여한 지 약 1년만에 월 매출이 10배 넘게 뛰었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다 보면 제품 색상이나 모양, 함께 구매하려는 상품 등의 ‘옵션(선택사항)’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때가 있다. 원하는 대로 주문하려면 값이 결국 할인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아 옵션별 차등 가격에 대해 쇼핑몰의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티몬은 타임커머스 상품에 대해 어떤 옵션을 선택해도 제시된 값에 구매할 수 있는 균일가 정책을 도입해 신뢰도를 높였다. 동시에 접속이 몰리는 특성을 고려해 서버를 분산했고, 고객 데이터 분석으로 상품이 잘 팔리는 시간대도 찾아냈다. 그래서 간식류는 오후 4시, 유·아동용품은 오전 11시에 1시간씩 집중 할인한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노골적으로 구매를 유도한다며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지만, 타임커머스는 이미 시장에 안착했다. 위메프, 11번가, 인터파크, 롯데온 등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간대별 할인이 자주 등장한다. 티몬 관계자는 “좋은 상품을 많은 고객에게 저렴하게 판매해 소비자와 판매업체, 유통채널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게 바로 쇼핑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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