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순서에만? 상임위 회의장 입장
배석 공무원 수 확 줄여 복도까지 한산
장시간 발언 땐 덴탈 마스크 착용하는 재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국회를 바꿔놓았다.
먼저, 국회 상임위 회의장에서 여야 의원간의 설전이 사라졌다. 툭하면 고성과 항의가 터져나오던 회의장에선 25일 종일 낮은 톤의 질의와 답변만 차분하게 오갔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강화되면서 마스크를 쓰고 발언을 해야 하는 데다 혹시라도 비말이 튈 것을 우려해 서로 목소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상대를 향한 날선 발언이 사라졌으니 여야간 격한 대결도 자취를 감췄다. 열흘 넘게 신규 확진자 수가 두자릿수를 기록하는 위기 상황이 의외의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불과 한 달 전 만 해도 국회 상임위 풍경은 달랐다. 지난달 29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부동산 거래법 개정안' 상정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위원장 앞으로 달려나와 회의진행을 저지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몰려나와 이에 맞섰다. 취재진은 위원장석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상대방을 향해 고성과 삿대질이 이어지는 동안 위원장을 비롯해 여야 의원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당시 전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지만 국회와 국회의원의 '방역 감수성'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방역에 둔감했던 국회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뚜렷해진 뒤에야 정신을 바짝 차렸다. 통상 상임위 회의장에선 소속 의원을 비롯해 보좌진과 정부 부처의 장, 배석 공무원, 취재진 등 100여명 이상이 동시에 머문다. 방역의 최대 걸림돌인 밀폐ㆍ밀접ㆍ밀집, 이른바 '3밀' 조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각 상임위마다 25일부터 정부기관에 배석 인원을 최소화 해달라는 요청을 보내는 한편, 사전에 확인된 참석자만 입장을 허가하면서 북적이던 회의장은 한결 한산해졌다.
일부 상임위는 소속 의원의 참석 인원까지 조정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도종환 위원장은 질의 의원과 다음 순서인 의원 외에는 회의장 밖에서 대기할 것을 당부했다. 24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 역시 질의순서에 없는 의원은 자리를 비우는 것을 허락하면서 회의장은 종일 한산했다.
상임위 회의장 바깥 풍경도 달라졌다. 의사당 복도나 로텐더홀 발코니에서 대기하던 공무원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면서 이들을 위한 간이 책상과 의자도 상당수 사라져 허전한 느낌마저 들었다. 뒤늦은 조치이지만 이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 을 준수하고 나선 것이다.
장시간 발언에 대비해 두 종류의 마스크를 준비하는 '슬기로운 마스크 생활'도 등장했다. 이날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차장은 회의장으로 입장하는 등 이동할 땐 보건용 KF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리에 앉은 뒤엔 숨쉬기 편한 덴탈 마스크로 바꿔 쓴 뒤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대다수 상임위에서 의원들과 정부 기관장들이 눈 인사 또는 주먹 인사를 나누었으나 몇몇은 손바닥 악수를 하는 등 방역지침 강화의 취지가 반감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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