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히터 전원 끄지 않으면서 과열 돼 화재
지난달 21일 오전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SLC 물류센터에서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명의 근로자가 숨진 경기 용인시 SLC 물류센터 화재는 온열장치에 물 공급이 안돼 있는 상태에서 전원을 끄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SLC 물류센터 지하 4층에 있던 냉동창고 안 온열장치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감식 결과를 받았다.
앞서 경찰은 물류센터 시설관리 업체 직원 A씨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불인 난 온열장치는 영하 25~30도의 평균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냉동창고와 달리 냉동창고와 연결된 배관이 얼지 않도록 30도 정도의 따뜻한 물을 주기적으로 배관에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온열장치 내 물탱크에 물을 데우는 전기 히터가 작동해 물을 데운 후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물탱크 내 물이 없는 경우에는 전기 히터의 전원을 꺼야 한다.
하지만 시설관리 업체 직원 A씨는 사고 당일 오전 9시로 예정된 물탱크 청소를 위해 1시간 30분 전인 오전 7시 30분쯤 물을 빼내면서 전기 히터 전원을 끄지 않았다.
이로 인해 빈 물탱크에 열이 가해지면서 강화플라스틱 재질의 물탱크 겉면에 도포된 우레탄폼에 불이 붙었고, 물탱크가 녹아내리면서 주변으로 불이 확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현재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진술과 국과수 감식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아 화재 원인으로 특정하게 됐다”며 “A씨가 물류센터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는 지난달 21일 오전 8시 29분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제일리 소재 지상 4층·지하 5층 규모의 물류센터 지하층에서 발생했다.
불은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10시 30분쯤 초진(큰 불길은 잡은 상태) 됐으나, 소방당국의 인명검색 작업에서 근로자 5명이 지하 4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중상 1명, 경상 7명 등 8명의 부상자도 나왔다.
불이 난 SLC 물류센터는 연면적 11만 5천여㎡ 규모로, 2018년 12월 준공됐다. 오뚜기물류서비스 등이 입점해 있으며, 평소 150명가량이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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