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이 옆에 있는데…" 흑인 남성 향해 총 쏜 美 경찰

위스콘신주서 흑인 남성에 수차례 발사한 경찰?
흑인 남성 병원 긴급 이송… 중태
시위대 화염병까지 등장하자 통행금지령
법무부 사건 조사 중, 연루 경찰 휴직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23일 흑인 남성을 향해 경찰들이 총을 겨누고 있다. 트위터 영상 캡처

미국에서 또 경찰이 비무장 흑인 남성을 총격을 가한 사건이 벌어졌다. 총을 맞은 남성은 중태에 빠졌고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격렬한 항의 시위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쯤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시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경찰의 총을 맞고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가정 문제로 현장에 출동했다는 점 외에는 구체적인 사건 정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정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복수의 경찰이 주차된 차량으로 향하는 블레이크를 향해 총을 겨눈 채 따라간다. 블레이크가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경찰이 수차례 총을 발사했다. 총격 직후 한 여성이 차량 옆 경찰에 다가와 팔짝 뛰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지역 매체에 따르면 블레이크가 차 안에서 총격을 당할 당시 세 아들이 차 안에 있었다.

이 영상이 인터넷 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가 거센 항의 시위로 이어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 모인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으며, 시위 도중 불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위대가 던진 벽돌에 경찰관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국은 시위가 격화하자 이튿날 오전 7시까지 시 전체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이날 성명에서 "아직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그(블레이크)가 우리 주나 우리나라의 법 집행 기관에서 총에 맞거나 다치거나 무자비하게 살해된 최초의 흑인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흑인의 삶에 대한 정의, 형평성, 책임성을 요구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서 있다"고 밝혔다. 사건을 조사 중인 위스콘신주 법무부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들은 휴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에서는 지난 5월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이 눌린 채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폭력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 전역에서 이어졌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