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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을 막는 것만이 능사일까

입력
2020.08.2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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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재확산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21일부터 사흘간 예정됐던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 3주차 공연이 무기한 연기됐다. 사진은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 공연장에 붙은 연기 안내 플래카드의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21일부터 사흘간 예정됐던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 3주차 공연이 무기한 연기됐다. 사진은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 공연장에 붙은 연기 안내 플래카드의 모습. 연합뉴스


악기 및 음향기기 업체를 운영하는 한 업체의 대표는 올해 목표가 ‘적자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 적자 폭이 더 이상 커지지 않기만 해도 좋겠다는 심정이다. 휴직 중인 직원들과 다시 일할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 그는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폐업밖에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체념하듯 말했다.

여행, 공연 등 업종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을 60일 늘리기로 한 정부 대책도 그에겐 별 도움이 안 됐다. 무대 위에 서서 공연하는 실연자가 소속된 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공연 업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눈엔 우리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스터트롯’ 콘서트 등이 열리면서 희망을 품었던 공연업계 종사자들에게 일부 종교단체로 촉발된 코로나19 재확산은 절망을 안겨줬다. 사실상 폐업을 준비하라는 선고와도 같았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가 한둘이 아니겠지만 대중음악 분야는 특히나 소외돼 있다. 정부 정책만 봐도 그렇다. 대중음악 관련 업종을 지원하는 정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 사업은 대부분 ‘순수예술’에 한정돼 있다. 온라인으로 하는 언택트 공연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방탄소년단처럼 국내외 팬덤이 확고한 K팝 기획사만 지원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의 지원도 시급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최소한 뮤지컬이나 연극, 클래식 공연을 여는 만큼만이라도 콘서트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한다. 신천지에서 시작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든 뒤 뮤지컬, 클래식 등의 공연이 조금씩 재개되던 때도 유독 대중음악 콘서트는 열리지 못했다. 영화, 전시 등 할인권을 뿌리며 관람을 장려하던 정부의 지원 대책에서도 대중음악은 빠져 있었다. 감염 위험이 훨씬 큰 교회, 식당, 카페, 유흥업소가 계속 문을 열 때도 대중음악 공연장은 문을 닫아야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 콘서트 운운하는 게 한가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하게 보이는 이 일이 누군가에겐 생존과 직결돼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독일에선 지난 22일 대규모 실내 행사에서 코로나19가 어떻게 퍼지는지 추론하기 위한 실험적 콘서트가 열렸다. 실내 행사에서 많은 수의 사람이 모였을 때 이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 감염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실험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최선인 건 당연하지만 식당과 카페, 공연장과 극장을 모두 닫은 채 살아갈 순 없다는 걸 알기에 해결책을 찾아 나선 시도였다.

지금의 확산세를 잠재우는 게 급선무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결국 언젠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하루 열 명 안팎으로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코로나19를 퇴치하긴 어려울 것이란 우울한 예측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뉴노멀’이 된 세상에 맞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같은 낭만적 수사가 장기적으로 답이 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안다. 확진자 한 명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재확산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가까운 거리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 나서야 할 때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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