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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대화 '제자리'…대구ㆍ경북 의료시스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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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대화 '제자리'…대구ㆍ경북 의료시스템 흔들린다

입력
2020.08.24 18:34
수정
2020.08.24 19: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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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모든 연차와 전임의들까지 파업 합세
서울지역 응급의료는 아직 문제 없지만
지역에선 분만, 응급실 등 진료 이뤄지지 않아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만나 주먹을 맞대고 있다. 새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정부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의협은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만나 주먹을 맞대고 있다. 새 보건의료 정책에 대해 정부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의협은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뉴스1


전공의 파업이 나흘째를 맞은 24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사태를 풀고자 머리를 맞댔으나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정부는 이날 의협 지도부와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대화를 앞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는 입장까지 내놨지만 ‘4대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의협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의협은 면담 직후 입장문에서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양측의 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한 입장의 차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미 예고한 집단행동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정부 정책의 철회를 촉구하면서 26~28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와 의협의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전공의에 이어 이날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을 시작으로 상급종합병원 전임의(전문의 자격 취득 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 수련)들도 순차적으로 업무 중단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은 파업 참가 대상 약 500여명 가운데 응급실 선별진료소 음압병동 중환자실 근무를 제외한 전공의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평소보다 40%까지 수술을 줄였다. 병원 관계자는 “급한 환자는 수술을 먼저 하고, 아닌 사람들을 미루고 있어 남아있는 환자들에게 의료 공백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전임의 일부도 이날부터 파업에 동참했다. 500여명의 전공의 중 90%이상이 순차적으로 단체행동에 돌입해 26일 예정된 의협의 제2차 전국의사총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 병원 역시 전공의 파업에 대비해 24일부터 입원, 수술을 줄여둔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들의 파업 참여수위를 예상하지 못해 미리 수술 연기를 해 두는 등 준비를 했는데, 전임의 300여명 가운데 연차를 쓴 경우는 2명으로 생각보다 파업 참여율이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24일 대구 파티마병원 종합상황판.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캡처

24일 대구 파티마병원 종합상황판. 중앙응급의료센터 홈페이지 캡처


본격적인 외래 진료가 시작된 이날, 서울 내 주요 병원들의 필수진료 현황은 비교적 양호한 데 반해 대구 등 지역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 공백 현상이 불거졌다. 이날 오후 2시 50분 기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서울 주요 상급병원 경우 모두 뇌출혈수술이나 복부응급수술, 영유아 장중첩 수술 등 응급수술을 4시간 이내에 진행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 응급실과 중증응급질환 대응 체계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의 경우 응급실 일반병상을 각각 45병상, 26병상으로 축소 운영해 환자 대비 병상이 많게는 수십병상씩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반해 지역, 특히 대구에서는 응급실과 중증응급질환 대응 공백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구가톨릭대학병원은 감염내과, 호흡기내과 등이 의료진 부족으로 수용(입원)이 불가했고 척추감염질환은 아예 진료가 불가능했다. 대구 파티마병원의 경우 심근경색, 뇌경색, 산부인과 응급 분만 등 응급질환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칠곡경북대병원 역시 정형외과, 안과, 정신과 등의 응급진료가 불가능했고, 흉부외과는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가 제한됐다.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전공의들에 이어 전임의들도 파업에 동참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전임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전공의들에 이어 전임의들도 파업에 동참한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전임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의료계에 집단행동 자제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 확산 저지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행동은 결코 지지받을 수 없다"며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비판할 수 있지만 합법적인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휴진, 휴업 등의 위법한 집단적 실력 행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윤주 기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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