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벨라루스 反정부시위 이끄는 여성 '플루티스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벨라루스 反정부시위 이끄는 여성 '플루티스트'

입력
2020.08.24 18:09
수정
2020.08.24 20:30
21면
0 0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11일 벨라루스의 민스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스크=AFP 연합뉴스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11일 벨라루스의 민스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스크=AF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의 독립광장에는 15만여명의 반(反)정부 시위대가 모여 "루카셴코 우호디(사임하라)!"를 외쳤다. 지난 9일 치러진 대선 이후 벨라루스는 2주간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26년간 철권통치를 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득표율 80%로 압승을 거둔 결과에 시민들은 "명백한 부정선거"라며 거리로 뛰어나왔다.

일촉즉발 위기 속에 확성기를 들고 시위대를 진두지휘하는 이가 있다. 마리아 콜레스니코바(38)는 그 옛날 '잔다르크'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루카셴코 대통령에 대항한 3명의 '여전사' 중 유일하게 혼자 남아 시위대를 지키고 있다. 이런 기막힌 상황에 해외 언론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대선 전까지만 해도 콜레스니코바는 외롭지 않았다. 지난달 두 명의 야권 대표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베로니카 체프칼로와 함께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서기로 연대했다. 두 사람은 루카셴코 정권에 의해 체포되거나 피신한 남편들을 대신해 대권에 도전하려 했다. 결국 선거관리위원회가 티하놉스카야의 대선후보 등록만 허용했고, 그를 중심으로 세 사람은 뭉쳤다. 콜레스니코바는 당시 "우리 모두는 타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만난 지 불과 15분만에 연대에 합의했다.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17일 민스크 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집회에서 확성기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 민스크=AFP 연합뉴스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17일 민스크 광장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집회에서 확성기를 들고 연설하고 있다. 민스크=AFP 연합뉴스


그러나 선거 이후 시련이 닥쳤다. 티하놉스카야와 체프칼로는 현재 루카셴코 정부의 체포 위협에 각각 루마니아와 러시아로 피신한 상태다. 콜레스니코바만이 벨라루스에 남아 시위대를 이끌고 있다. 그는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여러 위험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그들처럼 피신할 생각을 해본 적 없다"면서 "나는 끝까지 여기에 남을 것"이라고 강인한 모습을 보였다.

콜레스니코바는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독일에서 음악활동을 하던 플루티스트였다. 지난 12년간 독일에 머물며 슈투트가르트와 민스크를 오가며 음악을 공부했다. 뛰어난 독일어 실력을 무기로 여러 해 동안 벨라루스와 독일에서 문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러다가 벨라루스의 벨가즈프롬은행 대표인 빅토르 바바리코를 만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바바리코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기로 결정하면서 콜레스니코바를 찾았다. 그는 예술사업을 함께 진행했던 콜레스니코바를 눈여겨 봤고 선대본부장을 맡겼다. 하지만 루카셴코 정권은 바바리코 전 대표와 그의 아들을 각종 금융범죄에 엮어 수감시켜 버렸다. 정부는 선거운동에 외국자본을 썼다며 콜레스니코바의 대선후보 등록도 막았다. 티하놉스카야, 체프칼로와 연대했던 이유다.

그는 여전히 희망을 말한다. "비폭력 시위는 벨라루스를 향한 움직임이고, 이것은 우리의 독립을 위한 운동입니다."


강은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