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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미식의 도시' 뉴욕... "실내 영업 허가해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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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미식의 도시' 뉴욕... "실내 영업 허가해 주오"

입력
2020.08.25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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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좌석수 평소의 4분의 1로 줄어?
1300여곳 폐점에 실직자도 16만명
연방정부 지원 끝나는 10월이 고비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이 지난 11일 뉴욕의 한 중식당 실외 좌석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뉴욕은 식당과 술집의 실내 영업 금지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이 지난 11일 뉴욕의 한 중식당 실외 좌석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뉴욕은 식당과 술집의 실내 영업 금지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미식의 도시'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 요식업이 위태롭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뉴욕시정부의 음식점 내 식사 금지 조치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야외 좌석 설치 등 자구책을 마련해 근근이 버티는 곳도 있지만 벌써 1,300여곳이 적자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다. '레스토랑 시대의 종언'까지 거론될 정도다.

쇼핑의 거리이자 다양한 맛집들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 웨스트빌리지의 고급 레스토랑 바사르딘이 이번주에 문을 닫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식당 주인인 개브리얼 스털만은 "코로나19 때문에 식당 영업이 평소의 30% 수준인데다 건물주는 임대료 (인하) 협상을 거절한 상태"라고 했다. 단지 바사르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 노동부의 지난달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한 3월 이후 뉴욕에서만 음식점 1,300곳이 파산했고 16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업계는 뉴욕주(州)정부와 시정부에 실내 영업 허용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 코로나19 확진 비율이 1%대로 떨어진데다 주 내 다른 지역들에선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시장은 아직 완강하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20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에 있어 우리는 아직 더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뉴욕주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23일 현재 3만2,000명을 넘어서 미국에서 가장 많았다. 감염자도 43만여명에 달한다.

식당들은 자구 노력에 나섰지만 뾰족수는 없어 보인다. 가장 손쉬운 건 실외 좌석을 확충하는 것이지만 그래봐야 좌석 수 자체는 평소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식당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레지'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뉴욕시의 레스토랑 좌석 공급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에 불과했다. 그나마 8월 첫 주(18%)보다는 다소 나아진 수치다. 하지만 이마저도 다 차는 날이 거의 없다. 그렇다 보니 배달 판매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앤드루 리지 뉴욕시접객업연합 이사는 "2만5,000개 음식점과 술집 중 절반 정도가 실외 영업을 하고 있고 일부는 배달 사원을 별도로 고용한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 식당들은 실외 좌석 마련 비용조차 회수 못하는 현실 때문에 '불법'의 유혹을 받기도 한다.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네이트 애들러는 "실외 좌석 설치에 5,000달러(약 600만원)를 들였는데 수익은 아무 것도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때문에 최근 당국의 눈을 피해 실내 식사와 음주를 허용하는 식당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주정부는 8월 첫 주에만 식당과 술집 6,887곳을 검사해 이 중 16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해 38곳의 주류 취급 면허를 중단했다. 주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근까지 132곳에 면허 정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존은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다. 업계는 오는 10월을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실외 영업이 힘들어지는 건 물론 연방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감 유행이 맞물릴 경우 코로나19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미식의 도시' 뉴욕의 명성이 조만간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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