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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마저... 트럼프 '백신 정치화' 본색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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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마저... 트럼프 '백신 정치화' 본색에 굴복

입력
2020.08.24 22: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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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트럼프의 공개비난 이튿날에 백기
공화당 전대 직전 혈장치료제 긴급승인
파우치 소장 등 보건전문가들 반대 무시
대선 전 백신 나와도 신뢰성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긴급승인 소식을 전하며 만면에 웃음을 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긴급승인 소식을 전하며 만면에 웃음을 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긴급승인했다.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이튿날이자 공화당 전당대회 바로 직전날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그렇잖아도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 백신 긴급승인을 밀어붙일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터다. 연방우체국의 우편배달 지연 논란에 이어 FDA마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면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신뢰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FDA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혈장치료제의 잠재적 혜택이 잠재적 위험을 넘어선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를 긴급승인했다. FDA는 "입원 후 사흘 안에 이 치료제를 처방 받은 환자들의 사망률이 감소하고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환자 7만명이 혈장치료제를 처방 받았으며 이 중 2만명을 상대로 분석한 결과 치료제의 안전성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FDA는 "80세 이하 환자에서 혈장치료제의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FDA의 긴급승인 소식을 전하면서 "역사적인 발표를 하게 돼 기쁘다. FDA가 이 치료법이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이라는 독립적 판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우리가 고대해오던 아주 대단한 날"이라고 치켜세웠다.


환자 혈액기부 필요해 돌파구 되기 어려워 .. 승인 과정도 잡음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흥분에도 불구하고 혈장이 코로나19 치료의 돌파구가 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혈장이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회복 환자들의 혈액 기부가 필요해 대규모 치료제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FDA 승인 과정을 두고서도 뒷말이 적지 않다. 이번 결정이 "초기 데이터 분석에 따른 것으로 치료제 효과의 중요 근거인 무작위 임상시험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스티븐 한 FDA 국장도 성명에서 "회복기 혈장의 안전성과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무작위 임상시험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아직 '연구 중'임을 에둘러 시인했다.

이 같은 빈약한 근거 때문에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장 등 전문가들이 긴급승인에 제동을 걸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FDA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건 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위터 글에서 "FDA의 딥스테이트 또는 누군가가 제약회사들이 백신과 치료제를 시험하기 위해 대상자를 확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분명히 그들은 11월 3일 이후로 미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FDA를 공개 비난한 지 하루만에, 그것도 공화당 전대 전날에 고위 보건당국자들의 반대 속에서 긴급승인이 이뤄진 것이다.


대선 전 백신 졸속 승인하는 '10월 깜짝쇼' 우려도 커져

트럼프 대통령은 FDA가 '정치적 이유'로 치료제 승인을 지체했다고 비난했지만, 그의 공개 비난이 되레 FDA의 신뢰성을 더욱 해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치료제와 백신 성과를 홍보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설령 FDA의 독립적 판단 속에서 백신이 나오더라도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지난달 30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중인 백신을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마치기 전에 긴급승인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바 있어 백신을 졸속 승인할 수 있다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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