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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ㆍ항모 보유국의 길, 빨리 가자

입력
2020.08.25 06:00
수정
2020.09.14 09:0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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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SSGN 727) 연합뉴스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SSGN 727) 연합뉴스

핵추진 잠수함과 경항공모함을 확보하는 사업이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되자 이를 두고 논란이 많다. 일부에서는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한반도 작전환경에 맞지 않다, 생존성이 취약하다, 보여 주기 식 사업이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

전혀 다른 맥락의 비판도 있다. 평화 이니셔티브를 구동하겠다면서 군비경쟁의 길을 가고 있으며,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연루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대북 군비경쟁을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뼈아프다. 그러나 이 정부는 강한 국방과 항구적 평화구축이라는 이중경로 정책을 취하고 있으며, 이것이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다. 당장은 분위기가 험악해질지 모르지만 의외의 돌파구가 생길 수도 있다. 큰 전략은 청와대에서 고민할 테니 해군은 묵묵히 사업을 추진하면 된다.

해군의 작전반경이 넓어지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연루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일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미국에 의존하는 국방태세에서 벗어나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같은 난세에는 ‘자강’에 몰두해야 한다. 그래야 연루와 방기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타의 비판에 대해서는 해군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 예산 문제는 우리 국방비 수준을 고려하면 감당 가능하며, 효과도 크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핵잠과 항모 보유국으로서 손색없는 큰 나라가 되었다. 국내 기술로 건조할 수 있으므로 들인 돈이 밖으로 나가지도 않는다.

핵잠과 항모가 한반도 작전환경에서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른바 ‘바다로부터’ 합동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 해군이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않는 것 같아 우려된다. 육군과 공군의 목소리에 밀릴 것 같아 그러는 것인가. 합동성 차원에서 핵잠과 항모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해군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생존성 문제에 대한 대응은 쉬운 편이다. 핵추진 잠수함은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고, 경항모가 논란이 될 터인데 넓은 바다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타격이 어렵고, 자체 방호수단을 갖추기 때문에 생존성이 우수하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보여 주기 식 사업이 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나중에 결과로 말하면 될 것이므로 크게 걱정할 것 없어 보인다.

해군이 경항모 얘기를 꺼낸 지 거의 30년이 되었고, 핵잠에 대한 검토는 20년 정도 되었다. 경항모 사업은 강대국들이나 갖는 항모를 우리가 어찌 가질 수 있겠느냐는 분위기에 휘말려 실종됐다. 참여정부 시기 비밀리에 추진되었던 핵잠 사업은 모 언론이 보도해버리는 바람에 미국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접어야 했다. 그 일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핵잠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핵무기 없이도 평화를 만들 수 있다. 핵무기 빼고 다 만들어서 억제력의 최적조합을 찾아야 한다. 핵잠과 항모도 그런 맥락이다. 새로운 전략적 억제력이다. 항모를 가운데 두고, 6척의 구축함이 좌우에서 물살을 가르며, 물속에선 2척의 잠수함이 잠항하는 모습을 그려보라. 어떤 느낌이 드는가. 아무도 흔들지 못하는 나라가 된 것 같지 않은가.

우여곡절 끝에 핵잠과 경항모 사업이 공식화되었는데 비판의 목소리만 들린다.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빨리 진도를 빼야 한다. 그래야 결과적으로 힘도 덜 든다. 이 시점에 해군이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다.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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