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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일본 정치사 새로 쓴 날 '건강 이상설'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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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일본 정치사 새로 쓴 날 '건강 이상설'만 증폭

입력
2020.08.24 23: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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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재임 2,799일로 역대 최장수 총리 등극
1주일만에 추가 검사 받으러 병원 재방문해
아베 "지난 검사 결과 들었다"지만 설명 없어
아베노믹스ㆍ개헌 등 정치적 유산도 안보여

아베 신조(오른쪽 두 번째) 일본 총리가 24일 오전 도쿄도내 게이오대 부속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7일 검사에 이어 추가 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아베 신조(오른쪽 두 번째) 일본 총리가 24일 오전 도쿄도내 게이오대 부속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17일 검사에 이어 추가 검사를 받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속재임일수(2,799일) 기준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24일 추가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재임일수 기준 역대 최장수 총리에 이어 일본 정치사를 새로 쓴 것이지만, 총리관저 주변에선 축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날도 1주일 만의 병원 방문으로 '건강 이상설'만 증폭되는 모습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 들어서며 "지난주 검사 결과를 자세히 듣고 추가 검사를 실시했다"면서 "건강 관리에 만전을 기해 앞으로 업무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 오전에는 지난주 검사를 받았던 도쿄도내 게이오대 부속병원을 찾았다. 총리 측은 "17일 검진 당시 의사가 1주일 후 다시 오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주일 만에 검사를 받으면서도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아 건강 이상설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단순한 피로 누적이 아니라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했거나 다른 이상이 발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총리와 매일 만나고 있지만 건강상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당 총재로서 남은 임기(2021년 9월)까지 재직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그것을 위해 추가 검사를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건강 이상설을 부인한 것이지만 오는 27일 예정된 자민당 내 역대 최장수 총리 축하모임은 연기된 상태다.

총리가 재임일수 기록을 세운 이상 총리직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는 전망도 있다. 지지통신은 아베 총리가 이르면 이달 중에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상황을 직접 설명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때 사퇴 의향을 표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임기 중 마지막 인사권을 행사하는 다음달 당직 인사와 개각에서 총리의 거취와 '포스트 아베'에 대한 의향이 보다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22일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선 아베 총리의 거취가 "즉각 또는 연내 사임"(50%)과 "내년까지 혹은 가능한 한 계속"(49%)으로 양분됐다.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일본 지바현 내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 트위터 캡처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일본 지바현 내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하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 트위터 캡처


아베 총리는 연속 재임일수 기록에 대해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을 실행하고 결과를 내기 위해 매일 전력을 기울여온 축적 위에 오늘을 맞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대 최장수 총리에 걸맞은 정치적 유산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아베 총리가 성과로 강조해온 '아베노믹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외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안정적인 미일동맹을 구축한 것은 성과다. 그러나 '전후 외교 총결산'을 내세워 추진한 △중일관계 개선 △북일 국교정상화와 납치문제 해결 △러일 평화조약 체결 등은 모두 답보 상태다. 국내 정치에서는 숙원인 개헌의 임기 중 실현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다른 총리들에 비하면 다소 초라한 성적표다. 연속재임 2위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는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를 돌려받았고, 3위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전 총리는 미국과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체결로 전후 부흥의 기반을 다졌다. 오히려 아베 장기집권으로 인해 관료사회가 인사권을 쥔 총리관저의 눈치를 보는 손타쿠(忖度ㆍ윗 사람의 의중을 헤아려 행동함)가 만연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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