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총파업(8.26)
미국 연방정부가 성별 투표권 차별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19조'를 비준(1920년 8월 26일)한 지 만 50년이 된 1970년 8월 26일, 전미여성기구(NOW)가 여성 총파업을 감행했다. 직장과 노조, 군대, 대학, 심지어 좌파 운동진영 내에도 만연한 젠더 차별 실태에 항의하는, 서프러제트 운동 이후 단일 행사로는 최대 규모였다. 수요일 오후 5시30분부터 약 2시간.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에 집결한 노소의 급진ㆍ온건 여성운동가와 시민 5만여명은 퇴근길 러시아워의 뉴욕 5번가를 사실상 봉쇄한 채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주최 측은 행사에 참가하지 않은 여성들에게도 가사 노동의 한시 파업을 독려했고, 미국 전역의 수많은 여성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역 행사에 동참했다.
위트와 선동의 피켓과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가장 호응이 컸던 건 "Don't Iron while the strike is hot!"이었다. '쇠뿔도 단김에'란 의미의 'Strike while the Iron is hot'을 비튼 그 구호의 의미는 "다리미를 끄고 파업 대열로!"쯤이 될 것이다. "오늘 저녁엔 쥐(식충이)를 굶기자(Starve a Rat Today)"같은 성을 돋우는 것도 있었고, "우리에게도 안전모를(Hardhats for Soft Broads)" 같은 구호도 인기를 끌었다. 'broads'는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속어다. 그들 '51% 소수자'들의 1970년 정규직 기준 평균 임금은, 미 연방 통계로 남성 근로자의 59.4%였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왔다. 1973년 합법 낙태의 길이 열렸고, 한 해 전엔 교육 젠더 차별이, 군대까지 고용 차별이, 법으로 금지됐다. 70년 여성총파업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출범 4돌의 NOW가 미국 시민들의 마음에 뚜렷하게 각인됐다는 거였고, 운동 진영 스스로 연대의 위력을 확인한 거였다. 한편, 2018년 기준 미국 여성 임금은 남성 대비 81.6%. OECD 평균은 86.6%이고 한국은 65.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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