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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연속재임' 아베, 코로나로 빛바랜 영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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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기 연속재임' 아베, 코로나로 빛바랜 영예만

입력
2020.08.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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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2,799일로 사토 에이사쿠 뛰어 넘어
코로나ㆍ건강 이상으로 정권말 최대 위기
자민당 역대 최장수 총리 축하모임도 연기
최장수 총리 걸맞은 '정치적 유산' 안 보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9일 도쿄 총리관저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9일 도쿄 총리관저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4일 연속 재임일수로 역대 최장기 총리가 됐다. 2012년 12월 26일 2차 정권 출범 후 2,799일을 재임하면서 외종조부(외할아버지의 동생)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의 기록(2,798일)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1차 정권(2006~2007년ㆍ366일)을 포함한 전체 재임일수로 역대 최장수 총리에 오른 데 이은 또 하나의 신기록 작성에도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건강 이상설로 최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차 정권 실패 이후 5년 만에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경제와 외교를 동력으로 장기정권을 유지해 왔다. 아베노믹스로 대표된 대규모 금융완화와 엔저를 바탕으로 2013년 4월 닛케이 평균주가는 4년 7개월 만에 1만3,000엔대를 회복했고 2018년엔 2만4,000엔대까지 기록했다.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밀월관계를 구축하면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포스트 아베는 아베'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던 '아베 1강(强)' 체제가 흔들린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아베노마스크'로 조롱 받은 가구당 천 마스크 2장 지급, 수입감소 세대 대상 30만엔 지급에서 1인당 10만엔 일률 지급 등 정부 대응이 혼선을 거듭하면서 내각 지지율이 급락했다.

코로나19 앞에선 아베노믹스도 맥을 못 추었다. 17일 발표된 물가 변동을 제외한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은 전분기 대비 7.8% 감소해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1년 지속하는 것으로 산출한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7.8%로 전후 최악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아베노믹스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했던 도쿄하계올림픽ㆍ패럴림픽도 일단 내년으로 연기했지만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건강 이상설이라는 악재까지 터졌다. 한 사진주간지는 4일 "총리가 지난달 집무실에서 피를 토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한 이후 아베 총리가 17일 병원에서 7시간 반에 걸친 검사를 받으면서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는 19일 공무에 복귀했지만 오는 27일 예정된 자민당의 역대 최장수 총리 재임 축하모임은 연기됐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한 자민당 간부는 "총리 스스로 정권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은지 생각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내 '총재 4연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역대 최장수 총리지만 그에 걸맞은 정치적 유산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아베노믹스는 직격탄을 맞았고 총리 사임설까지 불거진 마당에 임기 중 개헌도 사실상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때 '전후 외교 총결산'을 내세워 △중일관계 개선 △북일 국교정상화와 납치문제 해결 △러일 평화조약 체결을 추진했으나 모두 답보 상태다.

오히려 다수 국민들은 아베노믹스에 따른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했고, 아베 정권은 7년 8개월 간 ‘지방창생’ ‘1억 총활약’ 등 간판정책만 바꾸며 ‘하고 있는 척’만 했을 뿐 실현 여부는 뒷전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2014년 내각인사국 신설로 공무원 인사권 장악을 장악함으로써 관료들의 총리관저에 대한 손타쿠(忖度ㆍ윗 사람의 의중을 헤아려 행동함)가 만연해지는 등 부정적인 유산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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