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지난 15일 보수단체 회원 등 2만여명이 운집하면서 발디딜 틈조차 없던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가 불과 일주일만인 23일 유령도시로 변하고 말았다.
평소 주말이면 나들이객으로 붐비던 광화문 광장 역시 근무 중인 경찰관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시민들의 발길은 크게 줄었다. 이날 기자가 광장에 머문 20여분 동안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거나 길을 건너기 위해 광장을 가로지르는 이를 합해 10명도 채 볼 수 없었다. 세종대로 위를 운행하는 차량 또한 일부 노선버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광화문 일대가 이처럼 '썰렁해진' 것은 광복절 집회 후 일주일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폭발적으로 확산한 탓이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시민들이 외출을 극도로 자제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의 집단감염 경고를 무시한 채 강행된 광복절 집회는 확진자 수 800명을 넘어선 서울사랑제일교회와 더불어 코로나19 재확산 사태의 불씨를 키웠다. 23일 0시 기준 집회 관련 확진자 수는 104명으로, 부산과 대구, 광주 등 13개 시도 전체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당시 집회 현장에 투입돼 경비를 담당한 경찰까지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집회발 집단감염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되고 말았다.
방역당국은 통신사 기지국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토대로 집회 당시 광화문에 머문 5만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 집회 참가자는 물론 단순 체류자라도 감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수 검체검사를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16일 서울과 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 데 이어 23일 0시를 기해 이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날 중구 명동 거리도 인적이 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은 물론 주말이면 노점 리어카와 인파가 빼곡하던 명동길조차 한산하다 못해 썰렁할 정도였다. 이따금 눈에 띈 쇼핑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눈빛은 불안했다. 이날 서울광장과 남대문시장 등 서울 도심의 주말 풍경은 어딜가나 비슷했다.
방역당국은 이번 주말 안전한 집에서 머물러 달라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텅 빈 도심은 그 같은 당부에 대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시작됐음을 상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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