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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집행 전까지 예약 받고... 강남 웨딩업체, 계약금 '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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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강제집행 전까지 예약 받고... 강남 웨딩업체, 계약금 '먹튀'

입력
2020.08.24 04:30
수정
2020.08.24 13: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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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스몰웨딩 업체, 계약금 들고 잠적
코로나에 소규모 결혼 계획했던 수십쌍 날벼락

서울 강남구 청담구 소재 웨딩업체 A사가 건물주로부터 퇴거 명령을 전달받고도 신규 예약자를 모집한 뒤 폐업 신고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금액은 수억원대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해당 업체 인스타그램 게시물. 인스타그램ㆍ네이버 캡처.

서울 강남구 청담구 소재 웨딩업체 A사가 건물주로부터 퇴거 명령을 전달받고도 신규 예약자를 모집한 뒤 폐업 신고를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금액은 수억원대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해당 업체 인스타그램 게시물. 인스타그램ㆍ네이버 캡처.


“웨딩업체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경영에 힘든 부분들이 있었고 최대한 노력해 지켜보려했지만 패업(폐업의 오기)하게 됐습니다.”

올해 10월 면사포를 쓰는 예비 신부 박모(30)씨는 최근 결혼식장 업체 A사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고 정신이 아찔해졌다. 박씨는 곧장 A사에 전화를 하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박씨가 이미 송금한 계약금은 380만원. 서둘러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A사의 사업자 등록번호를 조회했지만 이미 폐업된 상태였다. 박씨는 2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심지어 오자까지 있는 카톡 메시지를 대충 보내고 잠적해 버렸다”며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이렇게 망가뜨린 이들을 용서할 수가 없다”고 분노했다.


해당 업체 피해 신혼부부들이 네이버 카페 등에서 추가 피해자들을 찾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댓글은 29개가 달렸다. 네이버 캡처.

해당 업체 피해 신혼부부들이 네이버 카페 등에서 추가 피해자들을 찾고 있다. 해당 게시글에는 댓글은 29개가 달렸다. 네이버 캡처.


A사가 잠적한 이후 박씨는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자신과 비슷한 사례가 있는 지를 확인해 봤다. 확인 결과 박씨가 찾은 피해 사례만 총 50건이 넘었다. 또 다른 피해자 김모(29)씨는 “피해 규모가 최소 20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제서야 폐업 소식을 듣고 피해자 단체 대화방에 참여하는 이들도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예비 신혼부부들이 떼인 금액만 최소 1억원이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에 위치한 A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웨딩업계 대세로 자리 잡은 ‘스몰 웨딩’ 결혼식장을 운영해 왔다. 피해자 한모(33)씨는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 규모를 작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이 업체와 계약했는데 이런 식으로 피해를 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국세청 사업자등록상태조회 결과, 해당 업체는 8월 7일 폐업신고를 마쳤다. 국세청 홈페이지 캡처

국세청 사업자등록상태조회 결과, 해당 업체는 8월 7일 폐업신고를 마쳤다. 국세청 홈페이지 캡처


A사가 남긴 피해는 예비 신혼부부의 계약금을 ‘먹튀’하는 선에서 멈추지 않았다.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들도 수억원대 피해를 입게됐다. 결혼식에 필요한 물품을 대는 협력업체 대표는 “A사 쪽에서 예약이 가득 밀려있다고 홍보하는 말을 듣고 올해 4월 보증금 1억원을 주고 계약을 했는데 막상 결혼식은 한 달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했다”며 “수상한 낌새를 느껴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투자금을 받아서 (보증금을) 준다며 차일피일 미루더니 잠적해 버렸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 소개된 해당 업체 홍보글. 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소개된 해당 업체 홍보글. 인스타그램 캡처


본보 취재 결과 A사는 폐업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신혼부부들의 예약을 계속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이미 올해 6월까지 월세 9개월치를 내지 못해 건물주로부터 퇴거 조치를 예고받은 상태였다. A사의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건물주가 예약을 받지 말라고 했는데도 결국 예약을 받아 사달이 났다”고 말했다. A사는 강제집행을 통보받고도 버젓이 뷔페 시식회를 여는 등 강제집행 사흘 전까지 신규 예약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석모(34)씨는 “월세가 그렇게 오래 밀린 걸 알았다면 누가 그 업체랑 계약을 했겠느냐”며 분개했다.

참다 못한 신혼부부들과 협력업체 대표 등은 업체의 실질적 운영자 B씨를 사기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예식장 운영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예약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재 10여건의 고소가 접수된 상황이고 추가 피해자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B씨는 이미 다른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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