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봉쇄 맞서 '대면 외교'로 주변 벨트 확보
시진핑 방한 뜸들이기, 리커창 먼저 가능성도
코로나 시대 새 외교모델... 초점은 美中관계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2일 이틀간의 부산 방문을 마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수세에 몰리던 중국은 한국을 위시한 주변국과의 '대면 외교'로 미국의 공세에 맞설 돌파구를 열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방한 시점을 저울질할수록 한국을 대미관계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요구는 한층 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中 발표에 '시진핑 방한' 언급 없어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 정치국원의 회담 직후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관영매체 보도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대신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린다" 정도로만 거론했다. 한국이 공들여온 시 주석의 방한을 공론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뉘앙스로 읽힌다.
중국은 오히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을 지지한다"는 양 정치국원의 발언에 주목했다. 한국 정부가 12월 개최를 희망하는 회의다. 다만 3국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이 아닌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한다. 이 경우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은 시점부터 꼬일 수 있다. 한국의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9월은 물리적으로 어렵고, 10월은 국경절 연휴에 이어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예고한 중국의 일정이 촉박하다.
11월 3일 미국 대선 직후도 가능하지만 권력서열 1, 2위가 한달 간격으로 잇따라 한국을 방문하는 건 한중 모두 적잖은 부담이다. 따라서 리 총리가 먼저 연말에 한국을 찾고 시 주석은 몸값을 더 올려 내년 초로 방한 시기를 늦추는 방안이 현실적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시나리오다.
美에 기울지 않는 국가와 동시에 대면 접촉
양 정치국원의 싱가포르(19~20일)ㆍ한국(21~22일) 방문에 맞춰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 남부 하이난으로 인도네시아(20일)와 파키스탄(21일) 외교장관을 초청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이 '쌍끌이'로 주변국과 연쇄접촉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고 있는 비동맹 진영의 맹주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미중 격돌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미국 편을 들지 않는 국가들이다. 미중 간 균형을 잡으려는 한국이나 미국에 쓴소리를 마다 않는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우군 확보가 절실한 중국의 노림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 신민주간은 23일 "미국이 대만해협에 항공모함을 보낼 때 중국은 말라카해협~남중국해~태평양을 잇는 해상교통로의 주요 국가들과 우의를 다졌다"면서 "전 세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일방주의가 아닌 파트너십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중 관계는 코로나 시대 외교의 새 모델
양 정치국원은 서 안보실장과의 회담에서 "상호존중, 공정, 정의, 상생협력의 새로운 국제관계 수립"을 강조했다. 또 역내 경제 통합 필요성도 거론했다. 다즈강(?誌剛)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글로벌타임스에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기반으로 정치적 신뢰와 경제적 협력을 심화한 것은 국제사회의 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주도권을 잡기 위해 배제와 공격 일변도인 미국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한국을 치켜세우면서도 중국 매체들은 "양 정치국원이 중미관계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구체화했다"고 짤막하게 단서를 달았다. 세부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회동에서 한국에게 껄끄러운 내용도 언급했음을 짐작케 한다. 팡중잉(龐中英) 중국 해양대 교수는 "양 정치국원의 한국 방문은 어디까지나 중미관계를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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