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야 산다.’
유튜브나 틱톡, 웹툰과 같이 요새 잘 나가는 콘텐트는 즐기는 데 짧으면 몇 초, 아무리 길어도 30분을 넘기지 않는 게 불문율. 길게 늘어지면 외면 당하기 일쑤다. 최근 인문교양 책 시장에서도 ‘숏폼(Short-Form)’ 트렌드에 맞춰 방대한 지식을 짧게 쪼개, 요약 정리해주는 책들이 많아 지고 있다. 호흡 긴 독서를 버거워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는 목적이 크다.
숏폼 인문학의 대표주자는 지난해 10월 출간돼 12만부가 팔린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365’다. 역사, 과학, 철학 등 인류의 지성사를 주제별로 나눠 1페이지마다 요약해 놓은 것으로, 하루 1분 투자로, 1일 1지식을 습득한다는 마케팅 전략이 대박을 쳤다. 지난 달엔 ‘인물편’이 새로 나왔고 심리학, 현대문화 등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1일 1페이지’ 성공에 힘 입어 비슷한 류의 책들도 3개월 사이 쏟아졌다. 6월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부터 7월 ‘찌라시 세계사’, 8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철학 공부’, ‘지식편의점’ 등이다. 20만부 판매를 기록한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도 최근 뉴노멀 편을 출간했다.
대중 친화적인 인문교양서가 각광 받는 게 이번은 처음은 아니다. 5년 전 나온 교양 ‘스낵 컬처’(간단하게 스낵 먹듯 즐길 수 있는 문화콘텐츠)의 원조 ‘지대넓얉’(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그 시작. 지대넓얉 역시 올 초 개정증보판을 내며 꾸준히 선방하고 있다.
이익재 교보문고 인문MD는 “지대넓얉의 경우 철학 역사 심리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해주는 ‘내러티브’가 있었던 반면 요새 나오는 책들은 조금 더 파편화된 정보를 제공해주는 데 치우치는 경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숏폼 인문책에 대해 ‘습관형 인문적 자기계발서’라고 규정했다. 매일 매일 짤막한 상식을 반복해서 읽어나가는 습관을 기르는 데 유용하다는 점에서다. 장 대표는 “책 읽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겐 독서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긍정적 의미가 있지만, 자기 서사를 새롭게 구축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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