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16년째, 수법 진화로 피해자 오히려 느는 추세?
"어떡하죠? 정부지원 대출을 받으려면 타 은행 대출의 일부라도 갚아야 합니다!"
40대 자영업자인 A씨는 휴대폰으로 'OO은행 정부지원 대출금 이자 1%대로 1억까지 대출'이라는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손님도 끊기고 임대료까지 밀리고 있던 터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걸었다. '은행 상담사'는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면서 "우리 직원을 보낼 테니 현금을 준비하라"고 했다. A씨는 1,000만원이 넘는 현금을 파견 온 은행 직원에게 건넸다.
50대 여성 B씨는 얼마 전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딸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딸은 '폰이 고장 나서 컴퓨터로 문자를 보내고 있다'면서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어제 에어컨이 고장 났는데 수리비가 없어서 서비스를 못 부르겠어. 엄마 카드 사진 좀 찍어서 보내줘.'
공부도 바쁜데 이 무더위에 잠까지 설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얼른 카드 사진과 비밀번호를 전송했다.
보이스피싱 피하려면 '3가지 원칙' 명심해야
위의 두 이야기는 최근 빈번하고 있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사례다. 보이스피싱이 유행처럼 번진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줄어들기는커녕 피해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금액이 느는 것은 물론 피해자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
올 6월까지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는 495건, 피해액은 100억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이 줄지 않는 것은 범죄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는 까닭이다. 과거에는 금융감독원, 경찰, 검찰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계좌가 범죄에 노출되어 위험하다"고 하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즉시 다른 계좌로 옮겨야 한다"는 식의 수법을 썼으나, 최근에는 위의 사례처럼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거나 모성에 호소하는 수법으로 선량한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금융기관이나 정부기관에서는 현금 인출을 요구하거나 전화를 통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일이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100% 보이스피싱이라고 확신해야 한다.
둘째, OTP, 보안카드를 절대 타인에게 노출시키면 안 된다. OTP, 보안카드 일련번호만으로도 실시간 계좌이체, 인출이 가능한 만큼 보이스피싱 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보안카드를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하는 습관 자체를 없애는 것이 좋다)
셋째, 모르는 인터넷 주소는 절대 클릭하지 말 것. 인터넷 주소로 유혹하는 수법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물품결제형 보이스피싱에서 주로 쓰인다. 범죄자들은 구매한 적도 없는 물건이 결제가 됐다는 문자를 보내 시민들이 무심결에 확인 버튼을 누르도록 유도한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컴퓨터나 휴대폰에 악성바이러스가 포함된 앱이 설치되고, 이 앱을 통해 전화번호와 개인정보가 유출된다. 일단 앱이 설치되고 나면 해당 업체에 결제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연결된다. 모르는 인터넷 주소로는 절대 클릭하지 말고 일단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둔감한 사람이나 당한다'? 자만은 금물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코로나19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경로 안내를 사칭하는 문자를 전송해 인터넷주소(URL) 클릭을 유도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을 쓴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정부기관의 안내는 긴급재난문자(공공안전경보) 외에는 발송되지 않는다. 인터넷주소가 포함된 문자를 받았다면 확인하지 말고 바로 삭제해야 한다.
소상공인 등 자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저금리 대출상품을 권하면서 대출금리를 가로채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도 생겼다. 이들은 "신규대출 또는 저금리 전환대출이 가능하다. 일단 **은행 계좌로 송금해 거래실적을 늘려 신용등급 상향시킨 후 대출을 신청하라"며 송금을 유도하기도 한다. 은행에서 대출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일은 결코 없다. 송금을 요구하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한 자녀나 친구를 사칭해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면서 계좌이체를 요구하거나 편의점에서 상품권을 구입한 후 촬영하여 전송하게 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휴대폰 고장을 핑계로 통화하기를 거부하더라도 꼭 상대방과 나만이 알 수 있는 질문을 통해 피싱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피싱에 걸려들어 송금이나 이체를 하고 난 뒤라고 해도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송금한 은행 고객센터 또는 경찰(112), 금융감독원 1332로 전화해 계좌지급정지를 요청하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 "나는 똑 부러지는 사람이라 절대 당하지 않는다", "노인들이나 둔한 사람들이나 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자만해선 안 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대부분이 "무엇에 홀린 것 같다"고 고백한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당신도 충분히 홀릴 수 있다.
피해를 100% 막을 수 없지만 위에 언급한 내용만 숙지해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보이스피싱범들은 사람을 조급하고 불안하게 만들어 범죄를 저지르는 만큼 급박한 상황이라도 평정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만약 자신이 없다면 바로 끊고 112에 신고하고, 전화를 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까운 지구대나 경찰서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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