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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 2인자ㆍ위기대책반장 회동, '포스트 아베' 가늠자 되나

입력
2020.08.22 12:00
수정
2020.08.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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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아베의 당 인사ㆍ개각과 맞물려 주목
니카이, 유임 위해 차기 주자들과 전방위 외교
스가 "포스트 아베 생각 없다"지만 존재감 과시?
자민당 내에선 '총리 임시대리' 방안에 신중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신주쿠 소재 게이오대 부속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사저로 귀가하고 있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도쿄 신주쿠 소재 게이오대 부속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사저로 귀가하고 있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자민당 2인자'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아베 정권의 위기대책반장'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잇단 회동이 조명받고 있다. 이들은 2012년 12월 2차 아베 정권 출범 후 7년 8개월 간 장기집권을 지탱해온 주요 인사다. 아베 총리의 사실상 마지막 인사인 다음달 당직 인선과 개각에서 이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가 '포스트 아베' 구도를 포함해 아베 정권의 향배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3개월째 만나는 두 사람

니카이 간사장과 스가 장관은 20일 도쿄의 한 일식집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2시간 30분쯤 이어진 식사에는 정치평론가 시노하라 후미야(篠原文也)가 동석했으며 향후 정치운영 등 정국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두 사람은 6월 17일과 7월 1일에도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등 부쩍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공개석상에서도 칭찬을 주고 받고 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스가 장관에 대해 "잘하고 계신다.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7일 TV프로그램에서도 "훌륭한 지도자"라며 추켜세웠다. 특히 관방장관에게 '지도자'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스가 장관도 18일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베 정권은 여러 일을 하고 있는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니카이 간사장이 당을 제대로 주도해 주시고 있기 때문"이라고 덕담했다.

두 사람은 국회의원 비서를 거쳤고 지방의회 의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서 출신 정치인들은 관료 출신에 비해 자신의 능력 과시보다 주인(총리)을 부각시키는 데 익숙하다. '아베 1강(强)'으로 상징되는 아베 정권에서 이들이 롱런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니카이 간사장은 와카야마현, 스가 장관은 요코하마시에서 지방의원으로 일했다. 지방의회 경험을 통해 평소 상대를 정중하게 대하면서 때로는 위협할 줄 아는 강온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는 정치인들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밑바닥에서부터 축적된 정치력을 바탕으로 영향력 유지를 위한 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킹메이커'로 유임 노리는 니카이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뉴시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뉴시스


니카이 간사장은 다음달 8일까지 간사장직을 유지한다면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1,497일)를 넘어서며 역대 최장수 간사장에 등극한다. 다음달 당직 인선에서 유임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베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을 간사장에 기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건강 이상설에 시달리는 아베 총리가 구심력 저하 속에 니카이 간사장의 반발을 감수하고 교체를 단행할지는 불투명하다.

니카이 간사장은 당내 4위 파벌인 니카이파(47명)를 거느리고 있다. 자신의 파벌에 포스트 아베 후보가 없지만 차기 당 총재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처럼 '킹메이커' 역할을 앞세워 차기 주자들과의 두루 원만한 관계 구축을 통해 간사장직 유임을 위한 포석을 두고 있다.

그는 6월 포스트 아베 주자 중 한 명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과 회동 후 "장래에 더욱 더 높은 곳을 목표로 나가길 바라는 기대주"라고 칭찬했다. 2017년 자민당 규칙을 '3연임ㆍ9년'으로 개정해 아베 장기정권을 길을 열어준 그가 아베 총리의 정적과 제휴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당직 인사에 앞서 아베 총리에게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당 총재로 선출되기에 당내 세력기반이 약한 이시바 전 간사장과 온전히 손을 잡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는 7월엔 또 다른 포스트 아베인 기시다 정조회장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전도양양하다"고 덕담을 건넸다. 현재 간사장직을 두고 견제해야 하는 상대지만 아베 총리가 점찍은 후계자에게도 한 발을 걸쳐 둔 것이다. 다만 대중적 인기가 없는 기시다 정조회장은 그간 뒤를 봐준 아베 총리가 구심력 저하에 시달리면서 총리직을 물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코로나가 전화위복된 스가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해 4월 도쿄 총리관저에서 새 연호인 '레이와'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해 4월 도쿄 총리관저에서 새 연호인 '레이와'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교도통신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급부상한 제3의 포스트 아베 주자가 스가 장관이다. 2차 정권 출범 후 현재까지 정권의 위기대책반장 역할을 맡으며 아베 총리의 뒤를 받쳐왔다. 지난해 4월 새 연호를 발표하면서 '레이와(令和) 아저씨'라는 애칭을 얻으며 일약 지명도를 높였다. 그러다 그해 9월 그의 추천으로 입각한 장관 2명이 정치자금 스캔들로 한달 만에 낙마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대응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면서 이마이 다카야(今井?哉) 총리보좌관 등 총리 측근들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총리 측근들이 주도한 천 마스크 지급 등의 정책들이 줄줄이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면서 스가 장관에게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스가 장관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원인이란 비판에도 감염 방지와 경제활동 병행을 위한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더욱이 6월 정기국회 폐회 후 TV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알리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한 달 반 가까이 기자회견을 피하며 언론 노출을 삼간 아베 총리와 극명히 대비됐다. 그러면서 총리 전권사항인 중의원 해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해산은 좀처럼 어렵다"고 밝히자, 마이니치신문은 '이미 스가 정권'이라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주간지 슈칸분슌은 "이마이 보좌관이 최근 스가 장관과의 관계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며 총리관저 내부의 풍향 변화를 전했다.

다만 그는 포스트 아베 관련 질문에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21일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정치인은 주어진 자리에서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날 니카이 간사장과 차기 당 총재 선거 얘기를 나누었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지난달 말 발매된 월간지 인터뷰에서 "스가 장관은 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스가 장관이 포스트 아베를 노린다면 총리 측의 견제가 심화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 속에 아베 총리가 그를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견해도 상당하다. 더욱이 총리 주변에서는 최근 기시다 정조회장으로는 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이길 수 없다는 기류가 확산되면서 스가 장관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니카이파ㆍ호소다파ㆍ 스가 집결

나카타초(총리관저와 국회의사당이 모여있는 정치 중심가)에서는 두 사람이 민감한 정국 흐름을 활용하면서 거리를 좁히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이에 "당 인사를 앞두고 아베 총리에게 '간사장을 교체한다면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는 니카이파 관계자의 견해를 전했다.

총리관저 측과 가까운 정치평론가 다자키 시로(田崎史朗)는 "니카이 간사장이 아베 총리 다음으로 스가 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유임을 위해 유력한 포스트 아베로 떠오른 스가 장관에게 보험을 들어둘 필요가 있고, 파벌에 속하지 않은 스가 장관은 차기를 노린다면 니카이 간사장의 후원이 필요하다. 이처럼 두 사람의 제휴는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니카이 간사장과 스가 장관이 다음달에 발족하는 '지방창생ㆍ미래도시추진 의원연맹'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해당 연맹에는 니카이파 소속 의원들과 스가 장관과 가까운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 아베 총리 출신 파벌이자 당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7명) 회장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전 관방장관 등이 참여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지지통신은 일각에서 제기된 '총리 임시 대리'를 두는 방안에 대해 자민당에서 신중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임시 대리를 둘 경우 총리의 집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베 총리의 국정 장악력 저하로 이어져 총리직 사임을 재촉할 수 있다. 내각법 9조는 총리에게 사고가 발생하거나 총리가 자리를 비울 경우 미리 지정한 각료(장관)가 임시로 총리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1순위, 스가 장관이 2순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光) 외무장관이 3순위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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