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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후유증 대물림 조사…많은 이들 참여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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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후유증 대물림 조사…많은 이들 참여가 필수”

입력
2020.08.22 01: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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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폭 한인 피해자들의 피폭 후유증 대물림 조사에 나선 박보영 한양대 교수가 2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이번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일본 원폭 한인 피해자들의 피폭 후유증 대물림 조사에 나선 박보영 한양대 교수가 2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이번 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75년 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당시 일본에 있던 조선인 약 7만명이 피폭됐다. 그 중 4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2만3,000명이 한국에 귀국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이는 2,2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들 1세대를 부모로 둔 2세대로 구성된 한국원폭피해자 후손회에는 2,200여명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1세대와 달리 피폭 후세대는 의료비 등 정부 지원의 밖에 있다. 피폭 후유증의 대물림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일본 연구진은 피폭된 부모가 낳은 자녀에게서 심근경색, 고지혈증, 암 발생 증가 등 질환 대물림이 없었다고 결론냈다. 이에 대해 ‘피폭 1ㆍ2ㆍ3세대 코호트 구축 및 유전체 분석 연구’에 나선 한양대 예방의학교실 박보영 교수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생존자를 대상으로 검사가 이뤄졌다는 게 일본 연구의 한계”라며 “사망한 사람들까지 포함한 가계도 기반 조사를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가계도 조사와 유전체(유전자 전체) 분석을 동시에 진행해 피폭된 부모로부터 질병 유전율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선 피폭 1~3세대 중 연구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의 가계도를 그릴 계획이다. “이미 사망한 가족들의 질병 정보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어 질병 유전율을 보다 폭넓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피폭된 부모가 낳은 자녀에게서 새로운 돌연변이가 얼마나 나타났는지도 따져본다. 검사 대상은 1세대와 후세대가 모두 생존해 있는 가구다. 피폭된 부모와 자녀, 한 명만 피폭된 부모와 자녀, 피폭된 부모 중 한 명과 그의 자녀 둘 등을 대상으로 돌연변이가 후세대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자녀는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절반씩 물려받았기 때문에 부모에게 없는 유전자가 생겼다면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 의뢰로 같은 대학교 생명과학과 남진우 교수와 함께 진행하기로 한 이 연구 결과는 2024년 말에 나올 예정이다.

당장 넘어야 할 산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느냐다. 박 교수는 “피폭 후세대라는 사실 자체를 감추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아 모집단 모집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정확한 연구결과를 위해선 피폭 1세대와 후세대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원폭 피해와 질병 유전율 간의 상관관계를 보려면 가계 유전력이나 개인 생활습관 등 제외해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당초 피폭 1세대와 후세대 총 2,7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는 약 2,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박 교수는 보고 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와 한국원폭피해자 후손회는 이달 중 피폭 1세대와 2세대, 총 4,400여명에게 참여 동의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피폭자와 그 자녀들에게 난치성 질환 유병률이 높다는 건 이미 여러 연구결과가 뒷받침하고 있다”며 “부모ㆍ자식 간 질병의 연결고리에 주목해 실제 피폭 후유증이 대물림되는지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피폭 후유증 대물림 문제는 피폭된 어머니를 둔 희귀난치병 환자 고(故) 김형률씨가 2002년 3월 피폭 2세대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불거졌다. 그는 34살이던 2005년 5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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