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횡령하는 과정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백억원대 가짜 세금계산서를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마성영)는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세금계산서교부 등)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91억원을 선고했다.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삼양식품과 계열사 3곳에 대해선 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전 회장은 2010∼2017년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페이퍼컴퍼니 두 곳을 통해 321회에 걸쳐 538억원 규모의 허위 계산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았다. 전 회장은 페이퍼컴퍼니가 물품을 납품한 것처럼 가장하고 삼양식품 등으로부터 지급받아야 할 납품 금액을 자회사로 받은 뒤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재판부는 두 페이퍼컴퍼니는 사업부서에 불과해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수 없었다는 전 회장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두 회사가 인적, 물적 실체를 갖추지 못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무관하게 자기들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고의나 영리 목적이 없었다는 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들 법인이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가짜 세금계산서를 승인해서 발급ㆍ수취한 이상 피고인이 재화나 용역 거래 없이 계산서를 발급한 고의성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조세포탈 목적이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자금 횡령에 대해서는 지난해 징역 3년형을 선고 받고 확정된 점, 동종 전과나 벌금형 등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해서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전 회장은 2008년부터 2017년 사이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상자와 식품 재료 중 일부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4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당시 세무당국은 전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49억여원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부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전 회장은 마스크를 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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