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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PC방 문 닫자 천안으로 몰리는 '게임 원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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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PC방 문 닫자 천안으로 몰리는 '게임 원정대'

입력
2020.08.22 0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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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지하철로 40분... "서울 통학보다 가까워"
천안 일대 PC방들 "손님 50% 늘었다"
PC방 대신 모텔 빌려 게임하는 사람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구청 관계자가 한 pc방에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집합금지명령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구청 관계자가 한 pc방에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집합금지명령문을 붙이고 있다. 뉴스1


"사양 낮은 제 노트북으로는 게임을 못하니까... 천안으로 갈 수밖에요."

경기 수원에 사는 대학생 김모(20)씨는 21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충남 천안행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19일 0시를 기해 수도권 전역의 PC방 등 고위험시설에 대한 영업 중단 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방학을 맞아 평소 5~6시간씩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던 김씨 입장에서는 여전히 PC방이 정상 영업 중인 충남 천안까지 60km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김씨는 "지하철로 40분이니까 통학하는 것보다 가깝다"며 "두정역에 괜찮은 곳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집 근처 PC방과 다를 바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PC방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한 방역당국의 조치로 일제히 문을 닫자, 게이머들 사이에서 때아닌 '천안행' 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의 방역 조치가 미치지 않아 여전히 영업 중인 가까운 충청도가 '게임원정대'의 성지로 떠오른 셈이다.

실제로 게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충남 천안의 주요 PC방 위치를 비롯해 컴퓨터 사양이나 가격 등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천안에 도착했다거나, 천안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후기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지훈(26)씨도 20일 천안 동남구의 한 PC방에서 10시간 가까이 게임을 즐겼다고 했다. 최씨는 "휴가를 냈는데 코로나라 갈 곳은 없고, PC방을 가려했는데 모두 문을 닫았다"라며 "집이랑 그리 멀지 않아 여행가는 기분으로 왔다"고 말했다.

한국일보가 천안 일대 PC방 5곳에 문의한 결과, 모두 전주보다 손님이 평균 50% 이상 증가했다고 답했다. 한 PC방 관계자는 "코로나가 확산된 3월 이후 좌석 200개 중 50석도 안 차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어제는 100명 가까이 손님이 왔다"며 "처음 온 분들이 많았는데, 오전엔 멀리서 수강신청하러 오신 분들도 꽤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게이머들은 고사양 PC가 있는 숙박시설을 대여해 게임 목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대학생 김희윤(20)씨는 "최근에 RPG게임을 새로 시작했는데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잠실새내역 근처 모텔을 잡았다"라며 "친구와 함께 가니 그리 비싸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염병이 시도경계를 구분하며 전파되나"는 비판과 함께 영업 중단 명령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안시도 이날부터 코로나19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PC방 등 고위험시설에 대한 지도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재난안전대책본부를 확대 운영, 현장점검반을 추가 구성해 매일 방역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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