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수락 연설로 전대 대미
민주당 "트럼프는 우주적 위협" 단결
트럼프, 바이든 고향 찾아 또 '훼방'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어둠의 시절을 극복하겠다”며 후보직을 수락했다. 나흘에 걸친 전당대회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한 연장선에서 미국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민적 단합을 호소하며 본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이번 전대에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공공의 적’으로 인식하면서 정권 교체의 절박감으로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화상으로 진행된 ‘청중 없는 전대’ 탓에 현장감과 역동성이 떨어져 켄벤션 효과가 어느 정도 발휘될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바이든 '인생 연설'... "빛의 동맹 될 것"
바이든 후보는 전대 마지막 날인 이날 밤 델라웨어주(州) 윌밍턴의 자택 인근 체육관에서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단합하면 우리는 미국에서 어둠의 시절을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대통령은 미국을 너무 오래 어둠 속에 가두고, 너무 많은 분노와 두려움, 분열을 초래했다”면서 “나는 최악이 아닌 최선을 끌어내겠다. 어둠이 아닌 빛의 동맹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를 당파적 경쟁 상대를 넘어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 뒤 국가 위기를 극복하자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바이든은 “지금은 당파적 순간이 아니다. 미국의 순간이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실패를 두고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는 △감염병 대유행 △경제 △인종적 불평등 △기후변화 등 4가지를 미국이 직면한 위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번은 인생이 걸린 선거가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1972년 30세 나이로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6차례의 상원 임기와 8년간의 부통령직을 역임한 바이든에게 “이날은 50년에 가까운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연설이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트럼프가 민주당 단결 시켰다"
모든 일정을 소화한 전대에서 급진ㆍ중도파로 분열된 민주당은 어느 때보다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 당 경선에 출마했던 베토 오루어크 전 하원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2016년 당을 멍들게 했던 분열적이고 추악하고 신랄한 얘기를 이번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트럼프가 우리를 단결시켰다. 진보ㆍ중도ㆍ보수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가 현 대통령을 물리치기 위해 모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분열이 대선 패배로 이어진 4년 전 경험에다 트럼프 집권기가 민주당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진단이다. 민주당 선거전략가인 폴 베갈라는 “화성의 위협만큼 지구인을 단결시키는 것은 없다”며 “트럼프는 우주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무관중 전대 '파급력' 미지수... 트럼프 끝까지 '재뿌리기'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화상으로 진행된 이번 전대에서는 수천, 수만명의 당원들이 결집하는 열기가 나오지 않아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뉴미디어 확산으로 전통적인 시청률의 가치가 떨어지긴 했으나, 지난 사흘 동안 전대 TV 시청자 수가 2,060여만명으로 2016년의 2,500만명에 미치지 못한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또 통상 전대 이후 바이든과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함께 전국 유세에 나서야 하지만 감염병 확산 탓에 대규모 군중 모임도 금지된 상황이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에 아랑곳 없이 전역을 누비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리나 바이든은 방역 모범 차원에서 델라웨어 자택에 머물며 온라인 유세에 초점을 둘 계획이다.
민주당 전대 내내 지속된 트럼프의 ‘재뿌리기’는 마지막날까지 이어졌다. 그가 이날 유세를 벌인 곳은 펜실베이니아주 올드포지로 바이든의 고향인 스크랜턴 옆 동네다. 바이든의 가장 중요한 연설 날 경쟁자의 고향 인근을 찾아 맹폭을 가한 셈이다. 트럼프는 바이든의 수락 연설 직전에는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맞불을 놨다. 그는 최근 논란이 고조된 ‘우편투표’ 확대와 관련, “역사상 가장 큰 사기 선거가 될 것”이라며 “바이든은 변하지 않고, 그저 말 뿐”이라고 한껏 조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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