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에 관한 핵심 공약은 수사와 기소권을 분리하여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사가 담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검사의 직접 수사를 당장 모두 없앨 수 없다는 현실론이 제기되면서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는 장기적인 개혁과제로 남기고, 일부 범죄에 대하여 검사의 직접수사를 허용하는 것으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개정되었다. 그런데 최근 논의되는 대통령령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을 스스로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현재 입법 예고된 대통령령은 주관 부처가 법무부 단독으로 되어 있고,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만 발부받으면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 사건이 아니더라도 사건을 경찰에 보낼 필요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사무를 포괄하는 대통령령을 법무부 단독주관으로 한 것은 양 기관을 상호 협력 관계로 재설정한 형사소송법의 개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법무부장관이 대다수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의 입장보다 검찰의 주장을 반영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와 같은 조항은 외국 입법례도 찾아볼 수 없다. 경찰이 대다수 수사를 담당하는 영국이나 미국은 수사에 관한 사항을 내무부령이나 각 수사 기관별 매뉴얼을 정해 운영한다. 독일은 수사상 검찰과 경찰의 상호 협력이 필요한 영역에 대해 내무·법무부 공동준칙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시행령과 같이 특별수사절차법의 경우 법무부·경찰청이 공동주관하고 있다. 대통령령을 법무부 단독주관으로 입법 예고한 것은 이처럼 해외 입법례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식에 어긋난다.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없는 사건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으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검사의 직접 수사범위를 제한한 검찰청법 개정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가령 검사가 입건 단계에서 개시범위 이외 사건임을 알면서도 입건하여 압수?수색영장만 발부받으면 수사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형사재판이나 구속영장발부절차와 달리 압수?수색영장은 수사기관의 일방적 주장과 증거에 기초하여 영장이 발부되는 것이 수사 현실이다. 검사가 원하는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오히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도록 부추기는 꼴이다.
이번 대통령 제정안이 법 개정의 취지를 위반하여 상식에 어긋나게 마련된 것이 특정 장관의 정치적 입장이나 고집에 의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양 기관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겠다는 정부의 어설픈 시도와 변명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검찰개혁의 원칙과 법 개정 취지에 충실하게 제정하는 것만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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