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돕겠다" 메르켈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혀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의식불명 상태로 산소호흡기를 단 채 병원 중환자실(ICU)에 입원해있다고 그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슈가 20일 밝혔다. 사진은 나빌니가 지난해 2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추모 집회에 참석한 모습.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반대자이자 반(反)정부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대통령의 여름 별장인 지중해연안 브레강송 요새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나발니 측에게 병원 치료나 망명, 보호조치 등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의료적 지원 등 모든 보호를 (나발니에게) 제공하겠다"며 "우리는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엇이 일어난 것인지 명확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나발니가 살아날 수 있기를바란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는 "특히 중요한 건 이번 사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를 분명히 하는 일"이라며 "이번 조사는 매우 투명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슈는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나발니가 (시베리아의) 톰스크 공항 카페에서 차를 마신 뒤 모스크바로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의식을 잃었다"며 "누군가가 그의 차에 독극물을 넣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차)이 그가 아침에 마신 유일한 음료다. 의료진은 뜨거운 액체를 통해 독이 빨리 흡수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왼쪽)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20일 프랑스 대통령의 여름 별장인 지중해연안 브레강송 요새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레강송=로이터 연합뉴스
나발니는 오전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던 중 기내에서 의식을 잃었으며 곧바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나발니는 시베리아 서부 도시 옴스크의 한 응급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단 채 치료를 받고 있다.
나발니가 독극물로 추정되는 테러를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7월에는 나발니의 얼굴이 심각하게 부어 오르고 알레르기 증상을 보인 바 있다. 당시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한 개헌 국민투표를 '쿠데타'로 표현하며 공정선거 촉구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상태였다. 2017년 4월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한 뒤 나오다가 괴한의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나발니는 눈 동공과 각막에 손상을 입어 한 쪽 눈이 실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는 변호사 출신으로, 수십 차례 투옥되며 반푸틴 시위를 주도했다. 그는 200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푸틴을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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