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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을 흔드는 장관들

입력
2020.08.21 18:00
수정
2020.08.21 22:26
22면
0 0

민원인 피하고 언론은 멀리하고
현장을 모른 채 호통치는 장관들
국정 쇄신 출발은 ‘인재 제일’ 개각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대부분 중앙부처가 몰려있는 정부세종청사. 연합뉴스

대부분 중앙부처가 몰려있는 정부세종청사. 연합뉴스


당초 이번 칼럼에는 다른 주제를 쓸 생각이었다. 정부의 판단 미스로 뒷심 부족을 드러내고 있는 K방역, 소모적인 친일 논쟁, 시장 원리를 무시하는 부동산 대책 등이 후보였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얼치기 ‘그린 뉴딜’이 혹서기 심야 전력 부족으로 이어진 사연에 대한 자료도 모았다.

하지만 마음을 바꿨다. 세종특별시의 일부 행정부처 수장들의 행태를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관들의 황당 언행이 법무부, 국토교통부에만 그치지 않으며, 대통령 인기가 하락 추세인 이유를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 다수의 중앙부처 공무원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일보 콘텐츠를 즐겨 읽는 분들이라면 어느 부처인지 바로 눈치채겠지만, 기자와 접촉한 분들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염려돼 익명으로 그분들의 전언을 공개하겠다.

먼저 20일 소통한 A부처 공무원의 푸념이다. 이 부처 주무 서기관인 그는 “다른 부처 직원들이 부럽다. 장관님 모시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A부처에서 잔뼈가 굵은 영남 출신의 장관이 업무를 꼼꼼히 챙겨 쉴 틈이 없다는 것이다. “금요일마다 오후 2시부터 장관님이 3시간 동안 대통령 국정과제를 챙기는 회의를 주재한다”고 한탄했다. 그러더니 돌연 “힘들긴 하지만, 업무 성과를 내고 민원인들이 기뻐하니 보람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 민주당으로 파견 나간 이 부처 출신 전문위원도 서기관 평가에 동의했다.

18일 만난 B부처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진심으로 장관을 비난했다. 시민단체 출신인 장관이 13일 부하들을 호되게 꾸짖은 일을 얘기했다. B부처의 잘못된 정책으로 최근 대규모 피해를 입었다고 여기는 구례군 등 호남지역 일부 군수들이 당일 오전 장관 면담을 요청하며 세종청사에 들이닥쳤다. 장관이 당초 없던 일정을 이유로 외출하면서 성난 군수들의 접대는 주무국장이 맡게 됐다. 문제는 일행이 국장 사무실로 가려면 장관실 앞을 지나야 한다는 점이었다. 군수들이 ‘장관이 정말 없는지 확인하자’며 장관실로 돌진했고, 그곳에서 항의문을 읽고 사진 찍는 소동이 벌어졌다.

군수들이 돌아간 뒤 귀환한 장관이 격노했다. 장관실 난입을 못 막았다는 이유였다. 국ㆍ실장을 혼내고 담당과장 문책도 주장했다는 전언이다. 측근들은 "장관께서 경위를 알아봤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장관이 부당하게 화풀이했다’는 비난이 내부에서 쏟아졌다. 일부 직원은 “일정을 급조해 일부러 몸을 피했던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했다.

C부처, D부처 공무원도 자신들의 보스에 낮은 점수를 줬다. 학자 출신의 여성이 수장인 C부처의 공무원은 “어르신이 현안 파악이 안 되고, 실무를 너무 모른다. 정책 경쟁에서 타 부처에 밀려 주도권을 빼앗기고 C부처의 위상이 흔들린다”고 한탄했다. 옹졸한 리더십 때문에 특정 인맥만 중시된다는 불만도 터뜨렸다. C부처를 취재하는 후배 기자들도 “전임자와 달리, 언론을 너무 기피한다. 멀찍이 기자들이 보이면 일부러 발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D부처 관계자도 외부 전문가 출신의 장관에 대해, “정책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시는 것 같다. 중요 현안에 대한 언론브리핑 때마다 장관님의 설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A부처와 B, C, D부처 수장들의 서로 다른 모습은 이 정권이 처한 위기의 원인과 해결책이 뭔지를 보여준다. 전문성 없는 인사들이 대선 논공행상으로 주요 부처의 수장을 꿰차면서 최소 3대 1 비율로 정책 실패가 성공 사례를 압도하고 있다.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며 중심을 잡는 장관이 그나마 남아 있다는 게 다행일 정도다.

주무장관이 정책 실패의 뒷수습을 회피하고 민원인과 언론을 멀리하면, 결과는 뻔하다. 민심은 이반되고 국민은 대통령을 욕하게 된다.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삼성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인재 제일’인 건 다 이유가 있다.

조철환 에디터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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