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 "치료ㆍ망명 돕겠다"
크렘린궁 개입 의혹 제기되며 국제 이슈로 비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4)가 독극물 중독 의심 증상으로 의식불명에 빠진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그가 자국에서 치료 받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크렘린궁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하는 러시아 내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유럽 국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나발니의 중태가 국제 문제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정상회담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나발니 측에게 병원 치료나 망명, 보호조치 등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발니가 갑자기 의식 불명에 빠진 이유를 신속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독일 베를린의 인권운동가 자카 비질도 이날 현지 신문에 "나발니를 돕기 위한 코마 전문 팀이 응급 비행기를 타고 오늘 밤 독일을 떠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발니의 몸 상태가 이송할 만하면 그를 즉시 베를린으로 옮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나발니의 대변인 키라 야르미슈는 이날 오전 나발니가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항공편으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다 의식을 잃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야르미슈는 "해당 항공기는 옴스크에 긴급 착륙했다"며 "우리는 나발니가 마신 차에 독성 물질이 섞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 그가 먹은 건 그것 뿐"이라고 말했다. 타스통신은 나발니가 입원한 옴스크 제1구급병원 관계자를 인용해 그가 독극물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하는 중환자실에 있으며 중태라고 보도했다.
변호사이자 반부패 운동가인 나발니는 수십차례 투옥되며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앞장서 비판해 왔다.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장기집권할 수 있게 길을 연 지난 6월 개헌 국민투표를 '쿠데타', '위헌'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나발니는 지난해 7월에도 공정선거를 촉구하는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상태에서 알레르기성 발작을 일으켜 입원한 적이 있다. 당시 주치의는 "알 수 없는 화학물질에 중독됐다"는 소견을 밝혔다. 나발니는 내달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며칠 동안 시베리아 도시들을 방문해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의원들의 비리에 관한 자료를 수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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