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안보당국자 70명 바이든 지지
"안보정책 홀대?트럼프, 재임 부적격"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정인 공화당 내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공화당 출신 전직 안보 관료 70여명이 무더기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임기 내내 정보기관을 홀대하고 원칙 없는 안보 정책으로 일관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전직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바이든 지지 입장을 밝혔다. 성명에는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 조지 W. 부시, 조지 H.W. 부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 몸담았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망라됐다. 앞서 19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가 더럽다는 이유로 트럼프가 덴마크 측에 그린란드와 맞교환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마일스 테일러 전 국토안보부 장관 비서실장,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존 네그로폰테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성명에서 “모든 미 국민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트럼프가 현명하게 국정을 운영하기를 원했지만, 그는 수백만 유권자들을 실망하게 했으며 재임하기에는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법의 지배를 약화했으며 우리 군대와 정보기관, 외교관들의 위신을 깎아 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런 이유를 들어 “바이든이 나라를 이끌어갈 기개와 경험, 기질을 가졌다고 믿는다”고 공식 지지를 천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미국의 가치와 제도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을 중단시키고 민주주의의 도덕적 기반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에 이름을 올린 테일러 전 국토안보부 장관 비서실장은 17일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바이든 지지 영상에 등장하기도 했다.
안보 관료들의 집단 반발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동맹의 가치를 경시하고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공화당 내 ‘탈(脫)트럼프’ 움직임은 가속화고 있다. 민주당 전대 둘째 날인 18일에는 미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이 바이든 지지 연설을 했고,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고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여사도 찬조연설자로 등장했다. 17일에도 2016년 대선후보 경선 주자였던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 등 공화당 출신 인사 4명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예 회고록까지 펴내며 ‘트럼프 저격수’로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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