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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임 통치'  맞아? 뒷말 무성한 박지원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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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임 통치'  맞아? 뒷말 무성한 박지원 리스크

입력
2020.08.22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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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北 체제서 권력 위임 불가능"
서훈 국정원장 때와 다른 분위기 감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방명록을 작성하기 위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펜을 건네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방명록을 작성하기 위해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부터 펜을 건네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20일 보고한 대북동향 분석 내용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국정원이 '김 위원장이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을 두고 '무리한 표현'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정치인 출신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 스타일 때문에 대북동향 메시지에 신중해야 할 국정원이 무리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의 통치 부분과 관련해 '위임'이라는 표현을 쓴 국정원은 21일 바로 진화에 나섰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위임이 민주국가에서 말하는 권력 자체에 대한 분산의 뉘앙스는 아니다"라며 "지난해말부터 보인 김정은 통치체계 변화의 일환으로 1인 통치체제는 불변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자체 분석을 토대로 정보위원들에게 '위임'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설명했지만,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실제 북한 관련 전문가들도 국정원의 이같은 분석에 의아함을 표시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 '위임 통치'는 적합하지 않은 용어"라며 "권한과 책임을 분산해 당, 내각, 군이 '역할 분담'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은 최고지도자 유고 때와 같은 비상시에만 권력 위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임'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이 위임 통치의 이유로 언급한 김 위원장의 '통치 스트레스' 부분도 앞뒤가 맞지 않는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 '통치 스트레스'라는 말을 뒤집어 보면 '무능력하다'는 뜻이고, 북한 입장에선 최고 존엄 모독으로 비칠 수 있다"며 "정보기관은 공개 분석시 신중해야 하는데 상대를 생각하지 않은 나이브(순진)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통치 방식 변화에 대해 "(김 위원장이) 자신감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참석해 회의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오대근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훈 전 국정원장 체제에서 보기 힘들었던 상황이 벌어지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박지원 리스크' 때문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국정원장 취임 전부터 막강한 정보력으로 유명했던 박 원장이 국정원장 이후에도 이전의 스타일을 이어가려했다는 관측이다. 당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이 첫 업무보고를 하면서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을 받으려고 일부러 자극적인 용어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도 "박 원장이 어제 원장이 되고 21대 국회 첫 정보위 업무보고라 여야 위원들에게 북한 동향에 대한 분석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시작하자는 의도가 있었다"며 "야당 신임 간사인 하태경 통합당 의원이 첫 브리핑을 좀 과장해서 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남북관계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박 원장이나 국정원 모두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왜곡된 정보로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남북관계가 민감한 시기일수록 북한 정보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어제의 국정원 보고는 정보당국뿐 아니라 여야 정보위원들 모두 신중하지 못한 지점이 있었다"고 꼬집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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