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전공의, 26일부터 전임의ㆍ개원의 파업
코로나19위기에 악재는 물론 의료시스템 흔들어
진료 수술 연기 이미 시작…불편은 모두 환자 몫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당장 21일부터 대학병원 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들이 무기한 업무 중단에 돌입하고, 26일부터 개원의들로 구성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학 전임의들마저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로써 서울 대형병원의 경우 수일 안에 의사 인력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이들의 의료 현장 결손은 대유행으로 치닫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의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일반 중증 및 응급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악화해 의료 시스템 전반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신종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의료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국민 안전을 돌봐야 하는 정부, 그리고 환자의 생명을 마지막까지 지켜내야 하는 의료계 모두 비판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20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따르면 21일 4년차 전공의와 인턴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해 23일까지 모든 전공의들이 업무를 중단한다. 의대 졸업 후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과 교수의 치료를 돕는 이들은 서울아산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에서는 전체 의사 인력의 3분의 1에 이르기도 한다. 주로 응급실, 중환자실, 병동 등에 상주하며 주야간 교대로 환자들을 돌보는 이들이 대거 현장을 벗어나면서 대규모 의료공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전협은 1만3,000여명(현재 근무하는 전공의)으로 추산되는 전체 전공의의 90%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에는 전임의들까지 동참하기로 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임의는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의사다. 전공의들이 이달 초 1,2차 파업을 벌였을 때 이들의 공백을 메운 이들이 바로 전임의들이었다. 하지만 전임의협의회는 이날 “24일부터 단계별 단체행동을 시작해 26일에는 의협과 대전협의 총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의 의료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달 26일부터 대형병원에는 교수들만 남게 된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전체 의사 1,500명 중 전공의가 500명, 전임의가 300명이다. 이들의 90%가 파업에 돌입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된다. 이날부터 비상대응체계에 들어간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진료과 별로 교수급 의료진, 입원 전담 전문의를 활용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응급도가 낮은 환자의 입원과 수술은 이미 일부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의료 서비스 부실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활동 중인 의사는 6만명(30병상 이상 규모 병원 근무) 정도인데 전공의 1만3,000명, 전임의 3,000명이 업무를 중단하면 전체 의료 인력의 4분의 1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교수와 전공의는 주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업무를 모두 대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결국 환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공백을 최소화 하려면 경증 환자는 동네 병원으로 보내고, 심각한 환자만 대형병원에 가도록 ‘의료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진료하는 환자 중 반드시 대학병원에 와야 하는 중증 환자는 절반 이하”라고 말했다. 개원의들도 26일~28일 사흘간 총파업을 벌이긴 하지만 지난 14일 1차 총파업 당시 전국 의원 중 휴진에 참여한 의원은 30%안팎이었고 서울은 19%였다. 전공의, 전임의의 업무 중단으로 인한 대형병원의 의료 공백을 동네 의원들이 상당부분 메워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전공의들은 방역과 감염증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선에서 대거 물러날 경우 신종 코로나 현장은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정부는 확진자 급증에 대비해 이날 충청권에 380개 정도 병상을 확보해 수도권 중증환자 수용을 돕도록 할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 현재 수도권 병상 가동률은 감염병 전담병원이 58%, 중증감염병 환자 치료 병상은 61%에 달해 머지 않아 공급 부족 상황에 도달할 전망이다. 병상 부족과 의료인 부족의 두 악재가 결국 신종 코로나 위기를 더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날도 전공의 파업을 막기 위한 타협점을 찾기 위해 대화를 모색했지만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전국 국공립병원장?사립대병원장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4대 의료 정책(△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첩약 건강보험급여화 △원격의료 추진)의 수정 가능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전협과 의협은 4대 정책을 수정이 아니라 철회해야 집단 행동을 멈추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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