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감염 발생한 성북구 평소보다 검사자 3배로
어디서 옮은지도 모르는 '깜깜이 감염' 사례 속출
“어지러워서 서있기 힘드신 분은 이쪽으로 오세요”
20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보건소 선별진료소 앞. 온도계가 33도를 가리키는 뙤약볕 아래 30m 가량 길게 늘어선 검사 대기자들의 마스크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안내를 맡은 보건소 직원 역시나 방역복으로 중무장 하고 있어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한 노인은 아예 바닥에 주저 앉아 연신 찬물을 들이켰다.
이 곳에는 이날 오전에만 150명이 검사를 받으러 방문했고, 미처 검사를 받지 못한 이들은 보건소 측이 나눠준 번호표를 들고 오후에 다시 찾아왔다. 보건소 측은 “검체실이 세 곳 뿐인데 검사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무더위 속에 대기 시간이 길어져 힘들어 하신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국의 선별진료소는 폭증하는 검사자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과 나흘 전 6,000여건에 머물던 전국 하루 검사자수는 이제 2만건에 육박했고, 본격적인 더위마저 시작되면서 검사를 기다리는 대기자와 이를 처리하는 의료진 모두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특히 이날 기준 676명의 누적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사랑제일교회를 관할하는 성북구의 선별진료소는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성북구 보건소 관계자는 “교회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2일 이전에는 하루 70~80명 정도 검체를 체취했는데 현재는 250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현재 성북구 내에서만 사랑제일교회 및 광복절 집회 관련 검사 대상자가 3,600명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교회 인근 체대입시학원에서 원생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역 감염의 확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어디서 감염됐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운 '깜깜이 감염'이 의심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대문구 보건소 관계자는 “이번주 초에는 집단감염이 발생한 교회나 집회 관련 검사자들이 밀려들었다면, 지금은 교회나 집회와 상관 없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보건소가 처리한 검사 건수는 16일 186건에서 19일 253건으로 늘어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19일 시내 신규 확진자 135명 중 54명은 기존 확진자 접촉으로 인한 'n차 감염'으로 확인됐다.
선별진료소에 인파가 몰리면서 2m 거리두기 등 방역 수칙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도 목격됐다. 특히 오전시간과 점심시간 직후 검사자가 늘어난 탓에 대기줄 간격은 급격히 좁아졌다. 18일 서울 시내 한 선별진료소를 방문한 A씨는 “검사 대기 도중에 기침을 심하게 하는 사람과 마스크를 내려놓고 음료수를 마시는 사람 사이에, 1m도 안 되는 간격으로 끼여서 방치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무더위에 마스크를 벗는 검사 대기자들도 속출했고, 그늘막 안쪽으로 검사자들이 몰리면서 협소한 공간에 사람이 밀집되기도 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더위에 보건소 직원들과 검사자 모두 지친 상황이지만 방역 최전선인 선별진료소에서 만큼은 방역 수칙을 충실히 지켜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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