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 간 김문수·김진태·민경욱·차명진
"정부 나빠" VS "통합당 서운" VS "아내에 미안"
15일 광화문 집회 참석자 중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를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럿 발생한 가운데 김문수 전 경기지사, 김진태ㆍ민경욱ㆍ차명진 전 의원 등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보수진영 정치인 4인방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광화문 집회와 코로나19로 인해 이들의 정치적 운명도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을 향해 '보코(보수 코로나) 4'라 부르기도 한다.
김진태, 검사 거부했다 음성 나오자 정부 비난… '프로 비난러'
김진태 전 의원은 20일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자 빠르게 결과 통보 문자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검사를 거부했다고 비난 여론이 일자 검사에 응한 뒤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던 김 전 의원이 음성 판정에 곧바로 정부 규탄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는 며칠 사이 대여투쟁에서 침묵, 다시 투쟁 모드로 태도를 몇 번이나 바꿨다.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던 김 전 의원은 "전 목사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여러 차례 검사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정부ㆍ여당에서 그동안 걱정해주셔서 고맙다"고 비꼰 뒤, "이젠 8ㆍ15 집회를 그만 따라다니며 걱정해 주시고, 대신 민주노총이나 해운대 해수욕장 인파들, 콩나물 시루 전철부터 챙겨주길 바란다"고 했다. 정부가 광화문 집회에 대거 참가한 보수진영 인사들만 겨냥해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며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특히 보수진영을 이용해 정부가 방역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확진자는 15일 집회 전부터 눈에 띄게 늘어났으니, 이미 7월 말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며 "방역을 잘못한 책임을 교회나 보수 시민에게 뒤집어 씌울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김문수, 9년 만에 또 '갑질 논란'… 그래도 사과 않는 '모르쇠형'
보수 4인방 중 가장 거센 비난을 받는 인사는 김 전 지사다. 코로나19 검사 거부와 함께 '갑질 논란'까지 일었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과거 경기지사 재임 시절인 2011년 갑질 논란을 일으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당시 환자 이송체계를 문의하기 위해 남양주 소방서에 전화하면서 전화를 받은 소방관이 관등성명을 대지 않자 "내가 도지사란 말이 안 들리냐. 도지사가 누구냐고 이름을 묻는데 왜 답을 안 하느냐"고 호통쳤다.
김 전 지사의 갑질 논란은 9년 만에 다시 나왔다. 그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경찰은 당시 김 전 지사와 같이 있던 A씨를 인천 영종도 보건소로 강제연행 하려고 했다. A씨는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코로나19 검진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지만, 그는 검사를 받지 않고 돌아다녔다.
김 전 지사가 자신의 SNS 올린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경찰은 A씨를 연행하면서 그와 함께 있던 김 전 지사에게 코로나19 검진을 함께 받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김 전 지사는 경찰이 자신을 연행하려고 한다고 따졌고, 경찰은 이에 "건강이 걱정 돼 검진 (받으시라고) 제안을 드린 것"이라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김 전 지사는 검찰의 설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호통을 치면서 "내가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했는데, 사람을 뭘로 보고 그러느냐"고 소리쳤다.
김 전 의원은 비난 여론에도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언론이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갑질 논란이라고 보도한 언론들을 향해 "저에 대해 거짓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위해 사실 확인을 하겠다"며 "검사는 자발적으로 받거나 검사 명령에 따라 받는 건데, 경찰들이 나에게 뛰어와 가로막으며 같이 가자고 해서 항의를 하는 데 그게 갑질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인권보호와 사실 보도를 사명으로 하는 자유언론 맞느냐. 경찰이 갑이냐, 내가 갑이냐, 갑질은 어느 쪽이냐. 언론이냐"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20일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자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오늘 오전 병원에 가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음성이었다"고 밝혔다.
민경욱 '기승전 부정선거'…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형'
민 전 의원은 자신의 가족을 협박했다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이 마저도 "4ㆍ15 총선 부정선거를 덮기 위한 프레임"이라며 그가 밀고 있는 부정선거 주장을 띄웠다.
민 전 의원은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서울시와 경찰이 신고된 광화문 광장 인근 집회 10곳에 대해 집회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이튿날 법원이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과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두 곳은 집회를 할 수 있게 됐다.
두 곳 중 한 곳에서 민 전 의원이 속한 '4ㆍ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가 주도한 집회가 열렸는데, 이 단체 회원은 물론 당초 집회를 열려고 했다가 금지된 다른 8곳의 집회 참가 예정자들까지 몰려왔다.
그런데 18일 한 언론 매체는 14일 그의 가족이 '민 전 의원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경찰해 신고, 민 전 의원이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민 전 의원은 19일 가족 협박 보도가 허위 보도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며칠 전 아파트 문 잠금장치가 걸려있고 집 안에 아무도 없어서 경비실에서 장도리를 빌려 문이 열리나 한 번 시도했던 과정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끔찍한 기사로 둔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련 보도를 반박하면서 '총선 부정선거'를 덮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자 출신인 그는 "부정선거에 굳게 입을 닫고 있던 일부 기자들이 아주 신이 났다"며 "부정선거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15일 서울 을지로에서도 적법하게 개최됐다는 사실을 철저히 함구하던 기자들의 묘기를 보고 계신다. 별별 프레임을 다 씌운다"고 꼬집었다.
민 의원은 20일에도 "부정선거 꾸민 놈들 큰일 났다. 항복하고 기어나올 일만 생겼다"며 부정선거 주장을 이어갔다.
'보수 진영' 공격으로 태세 바꾼 차명진… '모두까기형'
4명 중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이는 건 차 전 의원이다. 주요 정치인 중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지만, 과거 자신이 속했던 통합당을 맹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진보진영을 향한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이번엔 자기 편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차 전 의원은 광화문 집회에 참가하며 "야외에선 코로나가 옮지 않는다. 빨갱이 방송을 믿지 말라"고 했지만, 이틀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당시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코와 입을 드러낸 채 광화문 광장 일대를 돌아다니며 유튜브 방송을 진행했다.
차 전 의원은 20일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 무릎 사과에 대해 "당신 하는 짓을 보니 가관"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종인에게'란 제목의 글에서 "당원들이 5ㆍ18 때 계엄군을 했소. 정치군인으로 쿠데타를 주도했소. 지금 당원 중에 그런 사람 있으면 찾아보소"라고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
이어 차 전 의원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전력이 창피하면 혼자 반성하면 되지 애먼 '미통당(미래통합당)'까지 도매급으로 끌고 들어가서 무릎 꿇고 질질 짜고 난리를 치냐"고 성토했다. 다만 차 전 의원은 총선 이튿날인 4월 16일 당을 자진 탈당해 통합당 당적은 없다.
차 전 의원은 최근 "내가 25년 몸담았던 미통당에서 대놓고 '그 사람은 이미 우리 당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총선 당시 '세월호 막말 파문'으로 후보 자격을 박탈한 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차 전 의원이 날만 세운 건 아니다. 전날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를 페이스북에 띄워 주목을 받았다. 자신의 정치 인생으로 고생한 아내를 위로하는 편지이기도 하지만, 당에 대한 불쾌감과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내용도 담았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격리병상에서 치료를 받는 중인 차 전 의원은 "인생 마무리기에 접어들었으면 이제 조심도 해야 하건만 왜 나는 앞만 보고 달리다 매번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지는 걸까. 이렇게 좌충우돌, 물가에 어린 애 같은 서방 데리고 살려니 마음고생 많지"라며 "여보, 당신 오늘 속으로 얼마나 눈물을 흘렸소. 아침부터 수많은 기사에서 '차명진 샘통이다, 잘 걸렸다'는 글로 도배된 걸 보고 당신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까"라고 했다.
당내 에이스에서 애물단지 신세가 된 4인방
그러나 이들의 반발과 항변에도 통합당은 보수인사 4인방을 비판하며 이들과 선 긋기에 나섰다. 일부는 한때 보수진영의 핵심 정치인에 꼽혔지만, 이제는 같은 진영한테도 비난을 받는 신세가 됐다.
배현진 통합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전 지사를 겨냥해 "검사를 위한 조치를 거부했다는 일부 인사의 뉴스를 보며 답답하고 안타깝다. 검사가 어려운 일이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목받는 인물일수록 정부의 방역 조치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기현 통합당 의원은 차 전 의원과 김 전 지사에 대해 "이제 우리 당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20일 KBS 여의도 사사건건에 출연해 "차 전 의원은 이미 해당 행위로 당에서 제명 처분을 받은 사람"이라면서 "과거 우리 당 소속이었다고 해서 당이 거기(차 전 의원의 언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프레임을 만드는 건 매우 부당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전 지사에 대해서도 "과거 우리 당에 소속된 건 맞지만, 이미 오래 전에 탈당해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 어찌 보면 우리하고 적이 되는 정당의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은 분"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김 전 지사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고, 국회의원을 했다고 검사를 안 받아도 될 권위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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