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돌적 이재명 치고 나오자 '강성 발언'
"파묘 원칙적 동의" "전광훈 좌시 못해"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ㆍ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지난달 7일 ‘검언 유착’ 사건을 둘러싼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충돌에 “장관의 합법적 지시는 검찰이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윤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하지만 한 달 만인 이달 4일에는 윤 총장을 향해 “잊을 만하면 직분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의원은 지난 5월에는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 연관된 정의기억연대 회계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많은 의견을 듣고 있다" 등의 말로 답변을 대신하는 것은 이 의원의 오랜 화법이다.
그런 이 의원이 달라졌다. '대세론'이 흔들리는 경고음이 난 뒤부터다. 여권 대선주자로서, 여권 주류로서 선명성을 부각하는 직설적 발언을 내놓는 일이 잦아졌다. 민주당 일부 강경파의 ‘친일파 파묘(破墓)’ 주장에 이 의원은 17일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후발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조차 국론 분열을 이유로 신중론을 편 사안이어서 이 의원의 발언이 더욱 눈에 띄었다.
'대세론' 땐 현안에 신중하고 느린 대응
'신중한 입'을 지켜 온 이 의원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에 힘을 보태고, 미래통합당을 향한 강경 비판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선주자 1위 자리를 놓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초접전에 들어가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세에 접어든 뒤 나타난 '강성 기조'다. 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 의원의 지지율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와 연동돼 있다. 더구나 그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에게 '추인' 받아야 여권 대선주자 자리를 굳힐 수 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이 의원이 고공 행진을 달리던 지난달까지는 달랐다. 6월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정치권을 뒤덮었을 당시 그는 “취지를 이해한다. 찬반 논의를 환영한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7월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기회가 되면 가장 먼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뵙겠다”며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협치'에 먼저 나서겠다는 여유였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청와대와 당 지도부 심기를 너무 세심하게 살핀다" "정치를 평론하듯 한다"는 뒷말이 무성했지만, '서두르지 않는 신중함'을 골자로 하는 '이낙연 스타일'은 한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게 이 의원 지지자들이 신뢰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지난달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때도 이 의원은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과한 뒤에야 이 의원은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피해 고소인'은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을 배려한 표현으로 해석됐다.
'저돌적' 이재명 치고 나오며, 이낙연도 '독기'
지난달 이재명 지사가 사법 족쇄를 벗고 대선주자 링 위에 오르며 이 의원에게도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저돌적 행보’가 트레이드마크인 이 지사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무공천" "이낙연은 엘리트, 이재명은 비주류" 등의 발언을 내놓으며 대번에 이슈 주도권을 장악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의 지지율은 올해 1월 3%에서 6월 12%, 7월 13%로 수직 상승했다. 이 의원은 "나도 가난한 농부의 7남매 중 장남 " "공천 문제를 벌써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가"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 의원과 이 지사 지지율이 초접전(이재명 19%, 이낙연 17%)이라는 이달 14일 여론조사 이후 이 의원은 독한 마음을 품은 듯하다. 그는 17일 장준하 선생 추도식에서 “독재권력을 잘 아는 사람들이 민주정부를 독재라고 부른다”며 “그런 암울한 시대를 이어받은 사람들(통합당)이 지금을 독재라 부른다. 통탄스럽다”고 야당과 각을 세웠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8ㆍ15 광화문 집회를 두고는 “교인들의 건강도, 사회적 안전도 안중에 없다”며 보석 취소를 주장했다. 20일에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와 전 목사의 언동이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며 "이제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한층 더 강력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 의원의 태세 전환은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켜 민주당 간판 자리를 탈환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이 의원의 강성 발언이 주로 야당을 향해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익명을 원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 의원은 4ㆍ15 총선 이후 민주당의 독주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침묵을 지켜왔다”며 “정작 청와대나 여당의 실정에 침묵하며 야당만 공격할 경우 중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상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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