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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중고차 사기조직은 범죄집단"… 조주빈 재판에 영향 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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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중고차 사기조직은 범죄집단"… 조주빈 재판에 영향 줄 듯

입력
2020.08.20 14:00
수정
2020.08.20 15: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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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추가된 개념인 '범죄집단' 관련 법리 첫 설명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올해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착취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올해 3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고차 판매 사기를 저지른 일당을 형법상 ‘범죄집단’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범죄단체'의 개념만 있던 형법 규정에 2013년 ‘범죄집단’이 추가된 이후, 이 새로운 개념에 대한 법리를 설명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성착취 영상물 제작ㆍ배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주빈 일당에게도 같은 혐의로 유죄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범죄단체 조직 및 가입, 활동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전모씨에게 사기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4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1ㆍ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범죄단체(또는 집단) 조직 등 혐의도 유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원심은 부대표 격인 유모씨에게 징역 1년, 딜러로 활동한 구성원 2명에게 징역 10월 및 징역 1년 2월을 각각 선고하고, 다른 구성원 18명에겐 집행유예형(17명) 또는 벌금형(1명)을 내렸는데 이 부분도 함께 파기됐다.

전씨는 중고차 판매 외부사무실의 대표로, 2016년 11월~2017년 9월 인천 지역에서 중고차 사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일당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인터넷 중고차량 매매사이트 등에 허위 또는 미끼 매물을 제시하고, 외부사무실을 찾아온 피해자들에게 해당 차량에 문제가 있다고 속인 뒤 다른 차량을 시세보다 비싸게 판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당초 이들에게 범죄단체 조직, 가입 및 활동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일당의 구성을 보면 대표, 피해자를 사무실로 유인하는 ‘텔레마케터’(TM), 사무실을 찾은 피해자에게 허위 매물 말고 다른 차량을 비싸게 파는 ‘딜러’ 등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져 있었다. 검찰은 신규 직원을 모집해 범행 수법을 익히면서 ‘지각비’를 걷고, 실적 체크를 하는가 하면 가입ㆍ탈퇴가 자유롭지 않은 점도 범죄단체로서 요건을 갖췄다고 봤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특정 다수인이 일정한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한 계속적인 결합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범죄단체 관련 혐의엔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단체를 주도하거나 내부의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가 없다고 본 셈이다.

검찰은 항소 과정에서 이들을 '범죄단체'보다는 낮은 정도의 결사체인 ‘범죄집단’으로 보아 처벌해야 한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최소한의 통솔체계’는 없지만 일정한 체계 내지 구조를 갖고 있어 처벌 대상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이들이 '범죄단체'까지는 아니지만 ‘범죄집단’에는 해당한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범죄집단은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범죄단체’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앞서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제작ㆍ배포, 판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같은 혐의가 적용된 조주빈 등의 처벌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서울 지역 검찰청 간부는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당의 특징을 보면 피라미드 형태가 아닌, 개별 행위자가 원 형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형태”라면서 “향후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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