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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지시"… '의대 증원' 권익위 조사에 공무원 동원한 지자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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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지시"… '의대 증원' 권익위 조사에 공무원 동원한 지자체들

입력
2020.08.20 13:43
수정
2020.08.20 14:15
4면
0 0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4대 악(惡) 의료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4대 악(惡) 의료 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국민권익위원회 설문조사가 여론 세력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 주민 등이 나서 설문조사 동참 운동에 나서고, 의료계는 이를 '여론 조작 행위'라고 비판하며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20일 전북도와 전남도,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전북 남원시와 전남 목포시는 직원들에게 의대 정원 관련 권익위 설문조사와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참여하라는 공문ㆍ공지를 내려보냈다. 권익위 설문조사는 현안을 둘러싼 갈등 조정을 취지로 의견을 수렴하는 '국민생각함' 정책의 일환으로, 11일부터는 △의사 수와 공공의대 확충 △의사 파업에 대한 의견 등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남원시 기획실에서 소속 공무원들에게 내려 보낸 공문. 독자 제공

남원시 기획실에서 소속 공무원들에게 내려 보낸 공문. 독자 제공

남원시는 지난 14일 '시장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권익위 설문조사 참여 요청 공문을 각 부서에 전달하면서, 특정 응답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 기획실 관계자들은 각 설문 문항마다 어떤 항목에 체크해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안내했는데, 모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찬성'하는 항목이다.

더욱이 공문에는 부서 내 설문조사 참여 인원을 적어 회신하라는 요구도 포함되면서 강제성이 짙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문에는 단순히 각 과별 참여 인원을 적어 보고하라는 게 아니라, '공무원, 공무직, 청원경찰, 기간제 등 직무 별로 설문 참여 인원을 세분화해 회신하라'고 적혀있다.

남원시 관계자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파란색 박스 표시 3개 부분(찬성 내용 항목)을 체크하고 나머지 문항은 임의대로 하면된다'고 특정 응답을 강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독자 제공

남원시 관계자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는 '파란색 박스 표시 3개 부분(찬성 내용 항목)을 체크하고 나머지 문항은 임의대로 하면된다'고 특정 응답을 강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독자 제공

목포시 역시 자치행정과 직원이 게시판을 통해 '30여년 간 우리 지역민의 숙원사업인 목포대 의대 유치가 눈앞에 보이는 듯 하다. 휴대폰으로 국민청원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보내겠다. 참여하라'고 공지하면서 내부 반발이 일었다.

의협은 지자체들의 행위가 여론 조작이나 다름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설문조사를 강제한 것으로 확인된 일부 지자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고려하겠다고 압박하는 상태다. 의협 관계자는 "의대 유치에 혈안이 된 지자체는 단체장의 권한과 위력을 내세워 소속 공무원에게 여론 조작을 종용하고 있다"며 "권익위는 설문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전문적인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편파적 설문조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해당 설문조사와 국민청원 등에 대한 세력전은 각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맘카페, 부동산 카페에서는 '우리 지역으로 공공의대가 설치돼야 이득'이라며 설문조사 참여는 물론 자신의 지역에 공공의대를 설립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리자는 글이 최근 며칠 새 다수 게재되고 있다. 반면 설문조사에서 반대표를 던지자고 맞붙는 이들도 해당 게시글에 몰리면서 수십개의 댓글 공방이 이어지는 중이다.

권익위 설문조사는 이날 낮12시 현재 3만1,656명이 참여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설문조사는 오는 25일까지 2주 간 진행될 예정으로,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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