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여야 관계 속에 윤리심사 속도 못내는 여야
21대 국회 문이 열렸지만 국회의원들의 영리활동 겸직이나 정책개발비 지급을 심사할 국회 내 기구가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다. 원 구성과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 관계가 냉각된 탓이다. 이에 겸직 심사 등 각종 국회 윤리심사가 더욱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의원 300명의 겸직 심사가 전혀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의원은 국무총리, 국무위원을 제외한 다른 직업은 예외적으로 심사를 거쳐야 겸직할 수 있다. 영리업무의 경우, 본인 소유 토지나 건물에서 임대업을 하는 경우 등에만 허용되지만 이 역시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20대 국회 후반기부터 6월말까지 의장에 제출된 겸직 심사는 90건으로, 이중 22개가 영리업무 관련이었다. 심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신고를 한 의원들은 결과를 통보 받을 때까지 겸직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겸직 심사를 담당하는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구성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법상 윤리심사자문위는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담당하는 윤리특별위원회 아래 두게 돼있다. 하지만 윤리특위는 2018년 6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비상설 특위로 ‘격하’됐다. 21대 국회 들어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윤리특위 상설화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부동산 관련 입법 추진 과정에서 여야 관계각 경색되면서 후속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 예산으로 각 의원실에 지원되는 입법ㆍ정책개발비 심사도 사실상 정지돼 있다. 입법ㆍ정책개발비는 의원의 정책 개발과 관련한 세미나나 토론회, 소규모 용역 등을 위해 지원되는 예산이다. 지난해 지원된 규모가 기준 개별 의원실마다 2,713만원씩 모두 83억 3,700만원에 이른다. 표절한 정책보고서를 내고 지원금을 타가는 등 부정 수령 사례가 나오면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지만 조정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는 야당 몫 국회부의장이 아직 뽑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 두 명의 부의장이 입법ㆍ정책개발비를 심사하는 ‘입법및정책개발지원위'와 의원연구단체 활동을 심사하고 ‘의원연구단체지원심의위’의 위원장을 나눠 맡아왔다. 일단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두 곳 모두 맡고 있지만, 어느 한 곳을 집중적으로 감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에 등록된 의원연구단체만 해도 55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부실 윤리심사'에 우려에 대해서만이라도 여야가 별도로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윤리특위의 경우는 수년간 지적됐던 문제인데도 아직 여야가 풀어내지 못했다"며 "국회 자신의 문제는 해결 못하고 정쟁만 일삼는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여야는 이 문제부터 별도로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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