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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요구에 경고"... 주 52시간 넘게 일 시킨 사업주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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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 요구에 경고"... 주 52시간 넘게 일 시킨 사업주 벌금형

입력
2020.08.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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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업체 운영주, 1심서 벌금 400만원
법원 "오래 열심히 일하는 게 미덕인 시대 지났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직원에게 주당 52시간을 초과해 일을 시킨 사업주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오래 열심히 일하는 게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며 이번 판결이 기존의 근로 관행에 대한 ‘경고’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4)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전자상거래 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2014년 11월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 동안 직원 B씨에게 52시간 넘게 근무를 시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과로에 시달린 B씨는 같은 해 12월 극단적 선택을 했고, 그의 사망을 노동 당국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법정에서 A씨는 “B씨가 연장 근로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고, 연장 근로를 지시하지도 않았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나 B씨의 출퇴근 시 대중교통 이용 내역을 근거로, 문제의 5일 동안 그가 총 64시간 20분을 근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B씨는 심지어 오전 9시 20분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 6시 50분에 퇴근한 날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시간만 19시간에 달하는 날이 있었던 셈이다. 김 부장판사는 “A씨가 회사 대표로서 야근이 많은 근무 상황 자체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B씨의 사망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우리 사회가 이제는 ‘근로’에 대해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먼저 “한때 열심히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미덕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적절한 근로시간 규제를 통해 일과 여가의 균형을 잡고 이를 통해 개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가치가 근로기준법을 통해 제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당연히 과로를 요구했던 기존 근로 관행에 일정한 경고를 해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이 사건 범행에도 적절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범행 시점에는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법의식이 확립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도, 근로자도 근로관계 질서 형성에 기여하는 법공동체 일원이기 때문에 그러한 기여를 할 기회를 부여하는 게 적절하다”며 “엄한 처벌만이 최선의 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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