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지원이 처벌불원서 검증 안해 솜방망이 처벌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재판부 기피신청 기각?
피해자 측 "설명도 없는 기각 수용 못해" 항고장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이 위치한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전남 신안군 염전노예 사건의 피해자가 재판부를 믿을 수 없다며 기피 신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항고장을 제출했다.
19일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박모씨 측 소송대리인 최정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이성철)에 재판부 기피 신청 기각에 따른 항고장을 접수했다. 최 변호사는 “논증 과정을 생략한 채 대법원 판례로 갈음한 결정문을 납득할 수 없다”고 항고 이유를 밝혔다.
박씨 측은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일관되게 법원에 ‘소송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상세한 설명’을 요구해 왔다. 박씨 측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에 염전주 A씨의 형사사건 1심 재판부를 불러 지적장애 2급인 박씨의 처벌불원서를 검증 없이 받아들인 경위를 알려 달라고 요청해 왔다.
앞서 2014년 형사사건 1심을 맡았던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박씨 명의의 처벌불원서만 보고 염전노예 사건 가해자 A씨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근로기준법 혐의에는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 박씨를 불러 그가 진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지를 물어보는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이후 박씨 측은 2017년 “목포지원 법관들의 잘못으로 형사피해자의 진술권이 침해됐고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2018년 서울중앙지법은 “목포지원 법관들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했거나 법관의 직무수행 기준을 현저하게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박씨 측은 “손해배상 소송 1심은 증거부족으로 허무하게 끝났지만 항소심에서는 어렵게 모은 증거들을 바탕으로 경위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두 번째 변론 기일에서 “1심보다 증거가 많이 모였으니 증인신청을 기각하겠다”며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상고이유로 삼으라”고 했다. 재판부는 앞서 “경위서라도 받아달라”는 박씨 측의 구석명 신청도 기각한 바 있다. 재판부가 이대로 재판을 끝내려 하자, 박씨 측은 재판부를 믿을 수 없다며 기피 신청을 낸 것이다.
박씨 측은 이번 기피 신청에서도 법원의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박씨 측이 송달 받은 결정문에는 대법원 판례와 함께 “신청인의 주관적 의심을 넘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만 기재돼 있다.
최 변호사는 “항고를 통해 자세한 기피 신청 기각 사유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공무원에게 제기된 국가배상소송에서는 경위서라도 받는데 법관을 상대로 한 사건에서는 왜 불가능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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