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ㆍ실용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홍세미 등 5인 지음. 정택용 사진.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라는 시민운동을 준비하며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목소리를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국가보안법과 여성 서사’를 화두로 모인 인권기록활동가들이 국가폭력의 피해와 저항의 역사에서 일상을 사는 11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전한다. '말'의 세계에서 배제되고 감금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면에 내놓으며 역사를 다시 쓰고 맥락을 다시 짚어낸다. 오월의봄ㆍ396쪽ㆍ1만8,000원
◇밀정, 우리 안의 적
이재석, 이세중, 강민아 지음. 3ㆍ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던 2019년, 충격적인 내용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KBS 탐사보도부의 다큐멘터리 ‘밀정’이 책으로 출간됐다. 대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활동했던 친일파와 달리 해방 이후 사라진 밀정 혐의자들의 역사를 발굴했다. 취재진이 입수한 5만장의 문서들에 남겨진 밀고의 기록을 통해 항일운동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했다. ‘밀정’ 2부작뿐만 아니라 미처 담지 못했던 자료 분석, 역사적 맥락, 취재 과정 등을 담았다. 지식너머ㆍ260쪽ㆍ1만6,000원
◇김군을 찾아서
강상우 지음. 1980년 5월 광주,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무장 시민군의 행방을 찾는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을 연출한 강상우 감독이 영화의 스크립트 자료와 제작 노트뿐만 아니라 영화가 나온 이후 추가로 만난 증언자들의 목소리 등 미공개 자료를 담았다. 영화 제작부터 책 출간까지 7년 동안 만난 103명의 시민군, 목격자, 연구자와의 인터뷰 등을 읽을 수 있다. 후마니타스ㆍ264쪽ㆍ1만6,000원
◇게임 오버
한스 페터 마르틴 지음. 이지윤 옮김. 20년 전 ‘세계화의 덫’에서 구조화되는 불평등을 ‘20대 80 사회’로 정의하며 세계화의 덫과 민주주의와 복지를 향한 공격을 예고했던 저자가 이번엔 오랜 기간 세계 질서를 지배해온 서구 문명화의 모델, 자유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를 다룬다. 4차 산업혁명과 민주주의 붕괴, 극우 민족주의 부활을 중심축으로 고령화, 대규모 이민, 기후변화 등의 주제를 분석한다. 세계가 어쩌다 ‘게임 오버’ 직전의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정치ㆍ경제ㆍ사회를 가로지르는 분석을 이어간 뒤 세계를 구하기 위한 제안도 내놓는다. 한빛비즈ㆍ552쪽ㆍ2만5,000원
◇인간무리
마크 모펫 지음. 김성훈 옮김. 인간은 어떻게 모르는 사람들과 별 문제 없이 지낼 수 있는 걸까. 침팬지와 인간 사회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곤충학계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저자가 인간 사회의 생물학적 뿌리와 문화적 진화에 대해 풀어낸 책. 곤충과 포유동물, 수렵 채집인 사회를 통해 어떻게 친족사회에서 더 큰 사회가 출현하는지, 국가는 어떻게 건설되고 붕괴되는지, 집단 사이의 동맹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밝힌다. 사회 구성원들이 내부자와 외부자를 구분하는 '표지'에 주목하여 사회의 생성과 번영, 붕괴를 탐구한다. 김영사ㆍ740쪽ㆍ2만9,800원
◇이기적 감정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슬픔, 배신감, 수치심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가진 진화적 기원과 효용성을 설명하는 책. 진화의학의 창시자이자 저명한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유전자를 위한 것이라며 '나쁜 감정의 쓸모'에 대해 얘기한다. 인간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정신의학이 정작 생물학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존 정신의학에서 도외시한 진화생물학을 정신의학의 중심으로 끌어 온다. "쓸데 없어 보이는 불안도 정상일 수 있다"며 화재감지기 원리를 이용해 불안장애와 공황발작을 새롭게 정의한다. 더퀘스트ㆍ576쪽ㆍ2만2,000원
◇인구의 힘
폴 몰런드 지음. 서정아 옮김. 산업혁명의 시작부터 대영제국의 흥망성쇠, 독일과 일본, 러시아의 도발,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는 미국의 힘, 중국의 경제성장, 일본과 유럽의 저성장 기류. 영국 런던대 버크벡 칼리지의 연구원이자 인구학 권위자인 저자는 이 같은 역사적 현상의 기저에 '인구'가 있다고 보고 인구 변화가 어떤 변화를 일으켰는지 설명한다. 인구의 미래를 노령인구의 증가가 실물 경제,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인구 증가의 둔화로 인한 환경 개선의 가능성, 백인 인구 감소로 인한 변화상 등을 예견한 부분이 흥미롭다. 미래의창ㆍ432쪽ㆍ1만8,000원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린지 아다리오 지음. 구계원 옮김. 퓰리처상 국제보도 부문 수상자이자 ‘오프라 윈프리가 선정한 파워 여성 20인’에 선정된 종군사진기자의 에세이. 20여년간 분쟁지역을 누비며 전 세계의 역사적 순간을 포착했던 저자가 전쟁터를 오가며 겪은 남성중심의 사회를 기록한다. 남성 종군기자들 사이에서 여성 기자로서 한계를 극복하며 여성이기 때문에 취재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다. 문학동네ㆍ472쪽ㆍ1만9,800원
◇나는 게이머입니다, 아 여자고요
딜루트 지음. 여성 혐오가 만연한 온라인 게임판에서 좋아하는 게임을 찾아 나간 한 여성 유저가 들려주는 애증의 플레이 라이프. 남성이 기본값인 많은 분야 중에서도 특히 더 기울어진 게임판에서 버틴 여성의 이야기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차별과 혐오의 패턴을 짚어보며 반복되는 피해의 원인을 묻는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연대해온 페미니스트 게이머들의 노력을 소개하며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알려준다. 동녘ㆍ272쪽ㆍ1만4,000원
◇관광객의 철학
아즈마 히로키 지음. 안천 옮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오타쿠의 의미를 짚어낸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을 발표하며 일본 신세대를 대표하는 비평가로 떠오른 저자의 철학서. 철학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관광객이라는 형상을 중심축 삼아 글로벌리즘과 내셔널리즘이 뒤섞인 세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글로벌리즘이 가져온 풍요를 누리지만 타자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내셔널리즘의 전개 속에서 저자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책임하지만 무관심하지 않은 관광객에서 정치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리시올ㆍ336쪽ㆍ1민8,000원
◇전쟁과 농업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최연희 옮김. 농업사학자이자 현대독일사학자인 저자가 농업과 전쟁이 공유하는 효율성과 즉효성을 중심으로 현대사회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살펴본다. 죄책감을 상실한 대량살상과 배제를 전제한 민주주의, 폭력을 당연시하는 교육으로 얼룩진 지난 세기를 돌아보며 새로운 시스템을 고안하기 위해 식사와 농업을 성찰할 것을 제안한다. 따비ㆍ216쪽ㆍ1만4,000원
◇이름들의 인문학
박지욱 지음. 초음속 여객기의 이름 콩코드, 남미의 울창한 정글이자 세계적인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어떤 계기로 시작된 이름일까.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가 2018년부터 과학전문 인터넷 신문 ‘사이언스 타임즈’에 연재한 ‘이름들의 오디세이’를 정리해 묶은 이 책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무심코 부르는 이름 속에 숨어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름에 담긴 역사와 신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될 것이다. 반니ㆍ324쪽ㆍ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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