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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상실의 도시

입력
2020.08.19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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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록도.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록도를 취재 간 적이 있었다. 한 건축가가 무료로 설계해 준 좋은 사례가 있다고 해서였다. 먼 길을 달려 녹동항에 도착, 배를 타고 5분 만에 소록도에 도착했다. 소록도는 익히 알다시피 한센병, 일명 문둥병으로 알려져 있는 환자분들의 집단 거주지였다. 일제강점기시대에 전국에 떠도는 문둥병 환자들을 이곳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격리시켰다. 당시엔 한센병에 대한 원인과 처방이 딱히 없었다. 한센병이 발병하면 마을에서 쫓겨나야 했고 살던 집은 불태워졌다. 부랑하듯 산하를 피해 다니며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려야 했다.

격리된 삶. 주거권과 인권이 사라진 이들에게도 기쁜 순간과 슬픈 순간이 공존했다. 기쁨의 순간은 바로 새 생명의 탄생이었다. 그 안에도 사랑으로 잉태된 아이들이 태어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이와 부모는 생이별을 해야 했다. 부모가 아이를 볼 수 있는 순간은 시간이 한참 흘러 학교를 다니게 될 때부터다. 부역을 하는 현장으로부터 멀찌감치 아이들이 학교로 등하교하는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반대편에 서서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보는 것이 유일한 부모의 기쁨이었다.

한센병이 무서운 이유는 감각의 상실이라고 한다. 한센병은 통증을 무디게 하여서 감각을 못 느끼게 하는 특징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몸 어딘가에 병증이 생기거나 상처가 나도 아픈 줄 모르고 방치하다가 더 큰 병으로 옮아 간다고 한다. 최근 도시현상을 보면서 많은 부분 감각상실의 병증을 앓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하나의 유기체와 같다. 생각은 정보화 지식사회의 도시미디어이고 신경, 림프계는 교통이다. 시설들은 신체장기와 같고 배설은 도시환경 호흡과 에너지는 물론, 감성과 비전까지도 학교나 문화시설과 같은 도시의 각 요소들이 기능하고 역할을 한다.

모든 사람은 건강함과 행복함을 추구한다. 도시도 그러하다. 그리고 그 가치를 위해서 도시시스템이 작동하며 여러 행정이 움직인다. 적정한 규모의 물리적 수요가 교통체계 안에서 움직이고 필요한 위치에 시설들이 역할을 할 때 도시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도시의 모양이나 형태를 보면 이 도시가 비만인지 영양결핍이나 성인병에 걸린 건 아닌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무감각함이다. 몸이 탈나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도시의 문제에 대해서는 무감각하다. 최근 우리 도시는 원인 모를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가 아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우려하는 대규모 집회와 광적인 몸짓은 마치 한센병처럼 무감각한 도시 소통의 전형적 모습이며 쇼크다. 그 여파는 너무 크고 도시인들의 상실감도 너무 크다. 그밖에도 그린벨트를 포기해야 하는가는 물론, 집값과 주거권의 문제를 두고 날선 갈등의 양상들은 도시 관점에서는 과연 그것이 건강한가에 대한 되물음으로 돌아온다.

소록도, 푸른 사슴의 섬이라 불리는 그곳에도 마을과 삶이 있었다. 정말 사슴 같은 눈을 가진 간호사 선생님들의 헌신과 봉사가 함께했다. 최근 도시정국에 수고하며 긍정의 에너지로 이끌려는 더 많은 양심과 가치들이 우리와 함께함을 나는 믿는다. 도시가 아프다는 것을 느끼고 같이 아파하고 치유할 수 있는 이웃들이 더욱 많이 서로를 보듬는 도시의 삶이 되기를 늘 기원한다. 도시는 말은 못하지만 여러 형태로 우리에게 표현한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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