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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인동초' 바이든, 3수 끝에 대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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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인동초' 바이든, 3수 끝에 대권 도전

입력
2020.08.19 23: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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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원 호명투표로 공식 후보 선출
당선시 역대 최고령인 78세에 취임
트럼프보다 미미한 존재감은 약점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확정된 뒤 환하게 웃으며 축하를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1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로 공식 확정된 뒤 환하게 웃으며 축하를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30세에 델라웨어주(州) 연방 상원의원이 된 뒤 47년만에 대권 도전 삼수의 결실을 맺은 것이어서 '미국판 인동초'라 할 만하다.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년 취임일 기준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오랜 정치적 숙원이 목전에 다가온 듯하지만, 상원의원 6선과 부통령 8년이라는 묵직한 정치 관록에 비해 미미한 존재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저녁 화상으로 진행된 전당대회 이틀째 행사에서 대의원들의 호명투표를 통해 대의원 과반을 확보함으로써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사실 이날 행사는 지난 2월 시작된 당내 경선에서 대의원 과반을 일찌감치 확보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 표심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델라웨어의 한 학교에서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 후 만면에 웃음을 띤 채 "감사하다. 목요일에 뵙겠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후보 수락연설을 할 예정이다.

상원 진출 후 47년만에 대권 도전... "인내의 승리"

1942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시의원을 거쳐 1972년 30세의 나이로 중앙정치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현직 의원을 누르는 파란을 연출하며 역대 여섯 번째로 젊은 상원의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당선 직후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는 아픔도 겪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009년 델라웨어주에서 연속으로 상원의원 6선에 성공한 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09~2017년) 재임 8년간 부통령으로 재직했다. 1988년과 2008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에 사퇴했고, 2016년에는 아들 보 바이든 사망의 충격으로 출마를 포기했다가 이번에 다시 도전했다.

올해 경선에서도 초반에는 거듭된 참패로 조기 사퇴론에 시달렸지만, 3월 초 '슈퍼 화요일'에서 대승을 거두는 역전 드라마로 결국 경선 승리를 굳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첫 주요 공직을 맡은 후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후보는 없었다"면서 "정치적 인내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질 바이든, 텅 빈 교실서 가족애 담은 감성연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8일 자신이 가르쳤던 학교 교실에서 남편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18일 자신이 가르쳤던 학교 교실에서 남편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날 행사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지지 연설이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던 미셸 오바마 여사와 달리 바이든 여사는 순탄치 않았던 가족사를 소재로 한 '감성 연설'로 화해와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바이든 여사는 1975년 고교 영어 교사 시절 첫 부인을 교통사고로 잃은 바이든 전 부통령과 재혼했다. 지지 연설 장소는 바로 자신이 영어를 가르쳤던 학교였다. 그는 텅 빈 교실과 복도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불안감을 상징적으로 전달하면서 "바이든이 미국의 가정을 회복시킬 것"이라고 호소했다.

CNN방송은 "비극과 회복으로 이어진 바이든의 이야기를 아무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했다"고 호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텅 빈 교실에서 올해 잃어버린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인종 다양성과 신구 조화... 녹화 연설은 옥의 티

연사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빌 클린턴ㆍ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공화당계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 명망가들이 대거 지지 연설에 나섰다. 이 중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외손자인 잭 슐로스버그와 그의 어머니 캐럴라인 케네디, 2018년 작고한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 여사 등도 있었다.

이들과 함께 정치신인 17명이 릴레이 방식으로 화상 연설에 나섰다. 11명이 유색인종이어서 그 자체로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했다.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샛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이민자 출신의 성소수자인 로버트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시장 등과 함께 한국계인 샘 박 조지아주 하원의원도 참여했다.

이날 전대는 민주당의 다양한 인종적 기반을 잘 드러냈고 신구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지 연설 대부분이 사전 녹화여서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날 오바마 여사의 연설에서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도 사전 녹화 탓이었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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