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0시부터 12개 고위험시설 영업 중단
"긴급생계지원 이미 받았는데, 월세 어쩌나"
일부 업주들 카드 대신 현금 받는 등 '꼼수'도
"지금 들어가셔도 되지만 곧 자정이 되면 바로 나오셔야 돼요."
18일 오후 11시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PC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한 운영 중단을 한 시간 앞두고 PC방 직원들은 가게 문 닫을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직원들은 게임에 열중한 손님 사이를 돌아다니며 "0시부터 문을 닫는다"며 안내를 하고, 출입문 입구에 '19일부터 국가 정책에 따라 8월 30일 24시까지 영업을 중단합니다' 등의 안내 문구를 붙이는 등 정신 없는 기색이 역력했다.
PC방을 운영하는 사장 40대 A씨는 정부 지침에 따라 손님들을 내보내면서도 근심어린 표정이 역력했다. A씨는 "감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취지는 좋다고 해도, 나라에서 월세를 면제해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수도권의 PC방, 노래방 등 12개 업종 고위험시설에 대한 운영중단을 명령한 첫날, 대다수 업주들은 마지못해 정부 지침에 따르면서도 통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생계를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성북구 돈암동 성신여대 인근 노래방도 정부 지침을 준수해 영업 중단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20대 초반 대학생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자정이 넘어 노래방에 출입하려 하자 한 사장이 "미안하지만 입장이 불가하다"며 이들을 돌려보냈다. 0시부터 업장 내부에 대한 방역 작업을 실시하는 곳도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하며 19일 0시를 기해 모두 문을 닫아야 했지만, 일부 업주들이 이후에도 영업을 계속하는 상황도 목격됐다. 종암동의 한 노래방은 0시 이후에는 카드 대신 현금으로 요금을 받는 등 기록에 남지 않는 '꼼수' 영업을 하기도 했다. 한 코인노래방은 오전 1시 이후에도 네온 사인 간판을 켜놓은 채 손님들을 받고 있었다. 주인 김모(73)씨는 "정부의 행정명령 발동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체온계로 방문객의 열을 체크하고 방명록을 작성하는 등 1단계 지침대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고위험시설에 포함되는 단란주점이나 감성주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성북구 일대 유흥가는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거리는 한산했지만, 여전히 일부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 행인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기까지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주는 "이미 긴급생계지원을 받은 상황에서 또 집합금지 명령을 발동하니 영업손실이 너무 크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서는 고위험시설 선정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카페나 일반 음식점을 중심으로도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왜 일부 술집과 PC방 등만 고위험 시설에 포함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PC방 사장은 "이번에 왜 갑자기 PC방까지 고위험 시설에 들어갔는지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지난달 월세도 다 내지 못했는데 이번달은 어쩌란 말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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