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기업들 재택근무, 대면회의 중단
올 초 한 차례 경험 덕에 근무 전환 속도 빨라져
대면 업무 중시하던 임원들 인식도 변화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자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재택근무 전환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직원들이 근무지가 아닌 장소에서도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사무실에서처럼 일을 보는 모습. LG화학 제공
서울과 경기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직후인 지난 17일, 임시 공휴일이었지만 롯데홈쇼핑은 주저 없이 재택근무 전환을 결정했다. 다음 날인 18일부터 신속하게 카메라 담당자와 쇼호스트, 실시간 방송 관리자만 제외하고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반 때는 생방송 업종이라는 특성상 방송 시설이 폐쇄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내부 방역에 집중했는데 사태가 길어지며 전 직원 재택근무가 가능하게끔 시스템을 마련했다"며 "생방송 현장도 외부에서 원격 관리가 가능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재택근무 전환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근무 방식의 전환 속도가 연초 코로나19 발생 직후에 비해 빨라지면서 효율성까지 높여가고 있다. 실제 지난 2월만 해도 재택근무에 필요한 화상회의 시스템, 사내망 원격 접속 등 인프라 구축과 재택근무 규모 확정 등을 위한 내부 논의가 필요했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기업들이 비상 운영 체제를 즉각 가동했다. 이미 마련된 재택근무 매뉴얼 덕분으로 분석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LG전자 등 모든 계열사에서 10명 이상 모이는 대면회의를 제한했다. 현대차그룹은 출근시간 자율제를 확대하고 직무에 따라 재택근무를 탄력 운영 중이다. 앞서 SK텔레콤과 KT, 네이버, 카카오는 지난 17~18일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가는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대면 업무나 현장 영업이 많은 유통업계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주 1회 진행하던 재택근무를 주 2회와 3회로 각각 확대했다. 판매자를 직접 만나 제품을 보면서 일하는 온라인쇼핑몰 상품기획자들도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밀려드는 주문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들어간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확산 때는 직원들 모두 개인 노트북에 프로그램을 일일이 설치하고 테스트하느라 며칠이 걸렸는데 이번엔 곧바로 전환이 가능했고 원격으로 일하는 것도 훨씬 익숙해졌다"고 전했다.
재택근무나 화상회의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부서장 등을 포함한 임원들의 인식 변화 또한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A차장은 최근 회사가 다시 재택근무에 돌입한다는 소식에 신경이 적지 않게 곤두섰다. 지난 3~4월 재택근무 당시 후배 직원과 부서장의 인식 차이 때문에 곤란했던 일이 떠올라서다. 재택근무가 불안했던 부서장이 '1주일에 한 번이라도 얼굴 보고 회의할까' '점심으로라도 부서 회식 안 해도 되나' 등의 글을 수시로 남긴 게 화근이었다. 후배 직원들은 부서장을 꼰대라 부르며 불만을 토로했고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낀 A차장이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에 재택근무를 다시 시행해보니 자신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게 A씨 전언이다. 화상, 메신저 회의 후 업무 공백이 생길까봐 안절부절 하던 부서장이 달라진 덕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얼굴 보고 업무를 진행해야 효율적이라는 문화가 만연해있다"며 "일시적인 재택근무 도입에 그칠 게 아니라 코로나19를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개선점을 반영해 나가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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