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책임지고 물러난다더니 눌러앉아?
반포 청주 집 팔았다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정치쇼 통할 것으로 착각? 국민이 우습나...

7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노영민 비서실장괴 이동하고 있다. 2020.08.07 청와대사진기자단
처음부터 이상했다. 지난 7일 갑자기 청와대에서 노영민 비서실장과 수석 비서관 다섯 명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괄 사의를 표했다고 할 때부터 찜찜했다. 사퇴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이냐는 질의엔 “여러분이 해석해 달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13일엔 다시 노 실장이 유임될 것이란 소식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사에 대한 질문에 “일단락됐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반려라는 뜻이냐고 묻자 “그렇게 해석해도 된다”고 했다. 사퇴는 일주일도 안 돼 없던 일이 됐다.
인사 대상자(비서실장)는 인사권자(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할 수 있다. 인사권자가 이를 반려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그 과정을 외부에 발표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통상 사의 표명과 반려는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인사와 관련된 사안은 워낙 변수가 많아 섣불리 발표하지 않는 법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당시 사의 표명 사실을 부각시키는 데 애를 썼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스스로 공식 발표했다. 그렇게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정치적 효과가 더 크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일 게다. 집값 폭등에 이어 전세가마저 급등하자 민심 수습 차원에서 급한 맘에 일단 일괄 사표라는 정치적 카드를 던졌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일주일도 안 돼 노 실장은 유임으로 은근슬쩍 눌러앉는 모양새가 됐다. 새롭게 선임된 수석들에 이목이 쏠리며 노 실장 유임을 더 이상 따지는 이들도 드물다.
그러나 비서실장이란 자리는 “그만 할래”라고 국민들 앞에서 공언했다 다시 일주일도 안 돼 호떡 뒤집듯 “그냥 계속할게”라고 뭉개고 갈 수 있는 자리는 아니라고 본다. 국가 최고지도자를 곁에서 모시면서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할 비서실장의 말 한마디와 행동은 조심스럽고 무거워야 한다. 노 실장의 언행은 접시물처럼 얕고 깃털처럼 가벼웠다.
물론 노 실장은 억울할 수 있다. 노 실장이 처음 청와대 고위 공직자들에게 다주택 처분을 지시했을 때는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이어서 대상이 아니었다. 이후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편입되자 지역구인 청주 아파트부터 2억여원에 팔았다. 그런 뒤 똘똘한 강남 아파트만 남기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 이마저 11억여원에 매각했다. 졸지에 무주택자가 됐는데 자리까지 내 놓는다면 강남 아파트를 지키고 직을 버린 이들과의 형평성이 문제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집을 모두 팔았으니 비서실장직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애초에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사퇴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처음부터 물러날 뜻이 없었던 게 아닌지 묻게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국민을 우습게 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상 매각 대금 13억여원으로 자리를 산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한민국 장관급인 청와대비서실장 직을 유지하는 값이 13억여원이란 말인지, 어리둥절하다.
2020년 대한민국 국민들은 얕은 정치쇼에 속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노 실장이 무주택자가 되긴 했지만 매각 대금은 노 실장 주머니에 그대로다. 집을 판 게 무슨 대단한 희생인 양 떠벌리는 건 옹색하다. 비서실장직을 유지하는 명분이 될 순 없다는 얘기다. 사실 실력과 인품이 아니라 무주택 여부가 청와대 고위직 인사의 기준이 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주군을 섬기는 최측근으로서 가장 큰 잘못은 주군에게 짐이 되는 일이다. 노 실장은 지금 자신이 과연 문 대통령에게 힘이 되고 있는지 그 반대인지 돌아봐야 한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1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에 노영민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국일보 왕태석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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