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성별 직업군에 대한 편견 드러내" 비판
"엄벌 요청은커녕, 변호인이 할 말을" 지적도
檢, 징역 1년6월 구형... 내달 10일 선고공판
‘우유주사’로 불리는 향정신성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수차례 불법 투약한 혐의로 기소된 채승석(50)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에 대해 검찰이 "유흥업소 여직원뿐 아니라, 재벌 남성도 중독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알린 점을 고려해 달라"는 이례적인 구형 의견을 내놓았다. 특정 성별 직업군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동시에, '재벌 봐주기'로 비칠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감형 사유를 제시한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부장 정종건) 심리로 열린 채 전 대표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1년6월을 구형하면서 이 같은 양형 참작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추징금 4,532만원을 명령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채 전 대표는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강남구 소재 성형외과 I병원에서 총 10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날 "(채 전 대표가) 동종 전력에 재범 횟수도 적지 않아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수사) 초기부터 자백하고 다이어리, 휴대폰 제출 등 수사에 성실히 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프로포폴이) 더 이상 유흥업소 여직원이 피부미용을 위해 즐기는 게 아니라 재벌 남성도 중독될 수 있다는, 오남용의 위험성을 알린 점을 감안해 달라"고 밝혔다. 채 전 대표의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만한 사유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이러한 구형 의견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판사 출신의 신중권 변호사(법무법인 거산)는 "(프로포폴 상습 투약이) 일부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재벌2세까지 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이니 오히려 이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엄벌을 해 달라고 하면 모를까, (유흥업소 종업원과 재벌 2세를) 비교한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피고인의) 수사 협조는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검찰이 유리하게 얘기해 준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며 "변호인이 할 말을 검사가 대신 해 준 셈"이라고도 꼬집었다.
게다가 특정 성별의 직업군을 근거 없이 '프로포폴 상습 투약'과 연관 지은 것도 온당치 않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채 전 대표의 수사 협조로 과거보다 광범위한 오남용 사례들을 규명할 수 있었기에 이 점을 참착해달라는 취지"라며 "약물 오남용 처벌과 관련해 성별을 구분하거나 성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채 전 대표는 이날 최후진술에서 "후회하고 반성한다"며 "지속적인 치료와 운동으로 반드시 극복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의 변호인도 "(채 전 대표가) 병원 치료와 운동으로 (프로포폴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비록 처벌받을 처지지만 더 늦기 전에 발각돼 다행이라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채 전 대표는 자신의 투약 사실을 숨기기 위해, I병원 원장 김모씨에게 지인들의 인적 사항을 몰래 건네 진료기록부를 허위 작성토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병원 원장인 김모씨와 간호조무사 신모씨도 현재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채 전 대표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달 10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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