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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트 정치범 감옥 체험

입력
2020.08.2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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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 카로스타 호텔(8.21)

감옥 호텔로 변신한 '100년 전통'의 구소비에트 군교도소 정문. karostascietums.lv/

감옥 호텔로 변신한 '100년 전통'의 구소비에트 군교도소 정문. karostascietums.lv/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라트비아도 그해 8월 21일 독립했다. 하지만 라트비아는 나머지 발트 3국(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과 함께 '독립국가연합(CIS)'에 가입하지 않았다. 러시아로부터의 실질적, 항구적 독립 의지에 따른 거였다

18세기 스웨덴-러시아 북방전쟁 이후 제정러시아에 밟힌 라트비아는 1차대전 직후인 1918년 11월 독립했지만, 발트해를 놓칠 수 없었던 러시아는 다시 전쟁을 일으켰다. 라트비아는 영국 폴란드 등 연합국의 도움으로 간신히 독립을 지켰다. 2차대전 발발 직후인 1940년 러시아는 발트 3국을 다시 점령했다. 라트비아 시민 약 13만명이 망명했고, 약 그쯤의 시민이 살해되거나 시베리아로 유배됐다. 연방 체제의 51년간 라트비아는 사실상 피식민지였고, 민족주의와 독립 의지에 비례해 탄압도 심했다. 독립국가연합 거부는 그 경험의 결과였다. 러시아어가 모국어인 국민이 약 37%이고 81%가 소통이 가능하지만, 라트비아 국민은 2012년 국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어 제2공용어 지정을 거부했다.

라트비아 발트해 항구도시 리예파야(Liepaja)는 차르의 별장이 있던 휴양지이자, 소비에트 발틱함대의 거점 군항이었다. 도시의 3분의 1이 막사와 벙커 및 부대시설을 갖춘 군사지역이었다. 카로스타(Karosta) 군 교도소는 정치범 등 수많은 이들이 고문ㆍ처형당한 곳이었다. 민간인은 접근할 수 없고, 한번 들어가면 죽어야 나온다던 군 기지는 독립 이후 유령도시가 됐다.

카로스타 교도소는, 현재 옛 모습 그대로 박물관 겸 호텔이 됐다. 투숙객은 철창 감방에서 수감자가 쓰던 침대에서 자고, 그들이 먹던 밥을 먹는다. 소비에트 군인 복장의 종업원은 최대한 옛 교도관의 방식으로 고객을 응대한다. 하루 숙박료는 2020년 현재 15유로(식사료 별도), 특실인 교도소장의 방은 50유로다. 별도 요금을 내면 스파이게임, 탈옥게임 등 어드벤처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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