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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 국치일과 국가지도자 리더십

입력
2020.08.21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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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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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은 대한제국이 일제의 강압에 의해 국권을 상실한 지 1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고, “역사를 잊은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는 영국의 전 수상 처칠의 경구도 있다. 세계사를 보면 역사에서 교훈을 도출하여 대비를 잘 한 국가는 융성했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쇠락했다.

조선왕조는 1897년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주국가로서 변혁을 시도했으나, 이미 삼정 문란과 국론분열로 국정은 파탄지경에 이르러 국정개혁의 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고종황제는 중립국을 선언하였으나 자력방위 능력도, 외교력도 부족하여 실효성을 잃었다.

아쉬운 점은 당시 일본과의 국력차이가 벌어진 것이 양국 국가지도자의 리더십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1868년 명치유신이라는 ‘위로부터의 개혁’을 통해 30여년 만에 서양제국과 맞서는 국력을 확보했다. 반면, 조선왕조는 리더십 부재, 세도정치의 극심한 폐해와 국론분열, 지지부진한 개혁추진으로 인해 패망을 맞게 된 것이다. 국가 지도자와 지도층의 리더십과 혜안, 그리고 올바른 국가관을 바탕으로 한 국정 철학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교훈이다.

자국 이익을 앞세운 강대국들의 세력 각축전과 우리사회 내부 갈등은 형태만 달라졌을 뿐 계속되고 있다. 국익을 앞세운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갈등은 우리에게 미래 동맹관계의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지지부진한 남북교류는 지난 6월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사례에서 보듯이 아무 때라도 우리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화약고와 같다.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 또한 점점 다양한 이슈로 확산되는 양상이며, 상호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취약성은 감소시켜야 한다. 능력은 위협 행위 주체들로부터 국가를 지킬 수 있는 전체적인 국력을, 취약성은 위협에 대한 국가 능력의 한계를 말한다. 따라서 굳건한 국가안보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지도자들의 리더십과 군사력, 경제력 그리고 정치, 사회적 단결력 등의 향상이 필요하다. 우리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선진국 수준이며, 국격도 강대국 반열에 들어설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 내부의 정치사회적 응집력은 진정한 강대국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국민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지도자들이 자파의 이익에 우선하는 모습은 슬픈 과거의 역사를 보는 것 같다.

독일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힘 있는 민족은 역사의 주인이 되고 힘 없는 민족은 역사의 제물이 된다”고 했다. 국가지도자라면 경술국치일에 치욕의 역사를 회고하면서 다시는 불행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고 후손들에게 우리가 이룩한 번영된 조국을 넘겨줄 수 있도록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심재정 강남대 안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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